(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이탈리아가 주요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 계획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탈리아 집권 연정이 이 문제를 두고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방문을 하루 앞두고 일대일로 참여에 반대하는 극우성향 정당이 5G(5세대 이동통신) 설비 입찰에서 중국 기업 배제를 촉구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대표로 있는 극우 정당 '동맹'은 전날 5G(5세대 이동통신) 설비 입찰에서 중국 화웨이 배제를 주장했다.
동맹은 "이탈리아는 점증하는 사이버보안 분야의 우려를 주요 7개국(G7) 및 유럽연합(EU)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이미 5G 이동통신 설비 테스트에 관한 3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해놨는데, 여기에는 정보 유출 우려를 낳는 화웨이의 장비 사용 계획도 들어 있다.
살비니 부총리는 현재 이탈리아 연정 내 대표적인 반중(反中) 성향 인물로 일대일로 참여가 이탈리아의 식민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강경 발언을 해왔다.
그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 결정과 관련해서도 "누군가에게 트리에스테 항구나 제노아 항구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는 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나라면 수백번 생각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는 일대일로 사업이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만 키워주고 결국 참여국을 빚더미로 내몰 것이라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의 비판적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가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장치)를 심은 통신장비를 이용해 기밀을 빼돌릴 수 있다는 이유로 동맹국들에 5G 사업에서 화웨이 배제를 압박해왔다.
이런 살비니 부총리는 이탈리아 연정에서 일대일로 참여를 주도하는 또 다른 부총리겸 노동산업장관인 루이지 디 마이오와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양측은 이민자 문제, 인프라 건설, 과세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왔으며, 주세페 콘테 총리가 주로 싸움을 말리고 중재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런 연정 내부의 분열이 이탈리아의 대중국 정책 기조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인민대학교의 이탈리아 전문가인 프란체스코 시시는 "너무 헷갈린다. 시 주석과의 면담을 앞둔 이탈리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라며 "(이탈리아가) 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라면 이런 협정을 맺을 때 미국, EU와 사전에 협의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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