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문 앞두고 中언론과 인터뷰
시 주석, 로마 도착…콘테 총리와 23일 일대일로 양해각서 서명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사실상 확정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경계를 감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대통령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도착에 앞서 중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양국의 관계 강화는 가능한 개방적이고, 투명한 틀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시진핑 주석의 대표적인 외교 정책으로 꼽힌다.
이탈리아는 시 주석의 이번 이탈리아 방문 기간에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특히 "(양국의 경제 협력에 있어)투자의 안전과 지적재산권의 보호,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원칙의 준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의 협력 관계가 한층 발전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하고, 아울러 유럽과 아시아의 협력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확장 정책을 경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일대일로 참여로 이탈리아의 전략 산업과 기술, 민감한 정보뿐 아니라, 유럽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될 항구들을 중국에 내줌으로써 이탈리아가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며 바짝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일대일로 참여가 이탈리아의 국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미국과 EU 등 전통적인 우방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서방의 우려를 누그러 뜨리려 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EU 정상회의 참석차 브뤼셀에 가는 길에 "이탈리아가 중국과 일대일로 MOU를 체결하는 것은 EU의 방침과 완전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주도한 미켈레 제라치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차관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실크로드'는 이미 유럽에 존재한다. 중국행 열차가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출발하고 있고, 거의 절반에 달하는 유럽 국가들이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MOU를 맺었다"며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가 미국이나 EU의 우려를 초래할 만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세르비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국가와 그리스, 포르투갈 등 주로 비주류 국가들이 일대일로에 동참하고 있다.
제라치 차관은 그러면서 "이탈리아가 나머지 유럽 국가들을 일대일로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유럽 내 일대일로)조인국끼리 아프리카나 중동,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나라들의 개발 사업을 겨냥한 유럽의 통합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은 이날 저녁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첫 목적지인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그는 22일 마타렐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기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등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다.
오는 23일에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과 만나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이자 관심사로 꼽히는 일대일로 양해각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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