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말레이서도 금지 주장 나왔으나 정부 "테러 무관" 일축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무슬림계 일각에서 뉴질랜드 총격 참사를 계기로 이른바 '배틀로얄' 형식의 게임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22일 드틱닷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의결기관인 울레마 협의회(MUI)는 인기 온라인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PUBG)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해석을 내놓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MUI 파트와(율법해석) 위원회의 간사인 아스로룬 니암 숄레는 전날 "(PUBG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 내용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PUBG는 고립된 공간에서 100명의 플레이어가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배틀로얄 형식의 1인칭 슈팅(FPS) 게임이다.
앞서, 지난 15일 뉴질랜드의 이슬람사원에서 총기를 난사해 50명을 살해한 백인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28)는 트위터 등에 게시한 선언문에서 PUBG와 유사한 형식의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비디오 게임과 음악, 문학, 영화에서 폭력성과 극단주의를 배웠느냐고 자문한 뒤 "스파이로 더 드래곤 3(Spyro the dragon3)이 민족주의를 가르쳐줬고, 비디오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가 나를 킬러로 훈련시켰다.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는 강력 사건의 원인을 게임의 폭력성에서 찾으려는 시각을 비꼰 것으로 풀이됐으나, 청소년의 게임 중독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있던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를 계기 삼아 관련 게임을 규제할 것을 주장해 왔다.
울레마 협의회는 굳이 PUBG만을 지목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2억6천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는 인도네시아에서 율법해석은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각종 조례나 법률이 제정될 수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통신정보부는 "연령 등급에 맞게만 플레이한다면 PUBG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금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웃 말레이시아 정부도 뉴질랜드 총격 참사를 계기로 PUBG를 금지해야 한다는 이슬람계의 요구를 일축했다.
사이드 샤딕 말레이시아 청년스포츠부 장관은 지난 17일 "PUBG가 없었을 때도 이런 일들은 벌어졌다"면서 말레이시아에는 100만명의 PUBG 플레이어가 있지만, 그들 중 테러범이 나온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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