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재한 中해운사는 '김정은 벤츠' 北에 실어나른 회사

입력 2019-03-22 11:45  

미국이 제재한 中해운사는 '김정은 벤츠' 北에 실어나른 회사
유엔 보고서 "랴오닝 단싱, 번호판 없는 벤츠 수송으로 조사받아"
다롄 하이보, 北 백설무역회사에 물품 공급 등 조력 혐의 받아
두 업체 모두 다롄에 본사…"다롄에 대북거래 전문 中해운사 많아"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강건택 기자 = 2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의 해운회사 2곳 중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번호판 없는 벤츠'를 실어나른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해운회사는 '랴오닝 단싱' 국제화운 유한 공사다.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이 회사가 "북한에서 운수사업을 벌였으며, 유럽연합(EU) 국가에 소재한 북한 조달 관련 당국자들이 북한 정권을 위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상습적으로 기만적 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떻게 제재를 위반했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 회사의 제재 위반 실태가 좀 더 자세히 묘사된 것은 지난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전문가 패널의 연례보고서다.
보고서에는 랴오닝 단싱이 "메르세데스-벤츠 리무진들을 북한으로 수송한 혐의로 전문가 패널의 조사를 받고 있는 회사"라고 명시돼 있다.
제재위는 "이 메르세데스-벤츠 몇 대는 번호판을 달지 않은 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베이징, 평양에서 열린 다른 회담 기간에 목격됐다"며 해당 차량이 선적 컨테이너에 실려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으로부터 중국 다롄으로 수송된 사실을 밝혀냈다고 적었다. 이후 차량은 랴오닝 단싱의 선적 컨테이너에 실려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조지 마'(George Ma)라는 이름의 중국 기업인의 지시에 따라 중국으로 옮겨졌다고 제재위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 고려항공의 에이전트 격인 '시젯'(Seajet)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조지 마는 지난해 9월 북한에 방탄 차량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미 상무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인 마위눙과 동일 인물로 보인다. 당시 상무부는 마위눙과 그의 회사 '시젯 인터내셔널'을 제재 명단에 올린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7월 네덜란드가 대북 수출이 의심되던 보드카를 압류한 사건에서도 랴오닝 단싱의 이름이 등장한다.
제재위는 네덜란드 당국으로부터 벨라루스산(産)인 이 보드카의 선적 서류에서 수취자가 랴오닝 단싱으로 표기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이를 연례 보고서에 명시했다.

이처럼 랴오닝 단싱은 아예 대북 거래를 공개적으로 해온 중국 업체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22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 업체는 1996년 중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 다롄에 설립했으며 수출입 화물의 해운, 육상 운송 등 국제 운송 대리업무를 하고 있다.
랴오닝 단싱은 중국에서 남포항까지 컨테이너 운송 항로 개발에 나서 지난 2000년 3월에서 중국에서 처음으로 남포항과 컨테이너 정기 항로를 열기도 했다.
이 정기 항로를 통해 1주일에 3~4차례씩 북한에 중국 수출품을 보내고 국제 환승 화물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업체는 중국 단둥(丹東)-신의주, 중국 창바이(長白)-혜산, 중국 투먼(圖們)-난양 등 철도와 도로를 통한 대북 화물 운송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소식통은 "랴오닝 단싱은 다롄의 대표적인 대북 기업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미 재무부에 적발된 다른 중국 업체는 '다롄 하이보' 국제화운대리 유한공사다.
2011년 1월에 설립된 다롄 하이보는 해상, 육로, 항공 운송을 대리하며 창고 업무도 하고 있다. 명시적으로 북한과 거래한다고 나와 있지 않지만, 다롄 지역의 해운사라는 점에서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 소식통은 "다롄은 사실상 대북 해상 운송 무역의 핵심 지역으로 다롄의 중국 해운사들은 북한과 거래해 먹고 사는 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다롄 하이보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백설 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등 방식으로 조력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재무부는 또 지난해 초 다롄 하이보가 다롄에서 북한 선적의 선박에 화물을 실어 북한 남포에 있는 백설 무역회사로 수송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동북 지역인 랴오닝성 다롄의 해운사들은 예전부터 북한 남포항을 통한 운송 사업을 활발히 해왔는데 유엔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밀수를 편법으로 도우면서 돈을 벌다가 미국에 들킨 것으로 추정된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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