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시루'·안산 '다온'·양평 '양평통보'…종이화폐서 모바일 화폐까지
발행유형·할인율은 지역맞춤…농민기본소득·도서상품권 등 쓰임새도 확대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경기도 시흥시는 지난달 21일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모바일형 지역화폐 '시루(始累)'를 출시했다.
지난해 9월 17일 지류(종이)형 시루를 발행하며 지역화폐 유통에 나선 지 5개월여만이다.
지난 20일까지 모바일 시루의 한 달 판매액은 16억원을 넘었고 가맹점은 3천200여곳을 확보했다. 지류 시루 가맹점 5천100여곳의 62%가 모바일 시루를 취급하는 셈이다.
시흥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카드형 지역화폐를 유통하지 않고 지류형과 모바일형만 발행하는데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지류(40억원)와 모바일(16억원) 시루의 발행액은 56억원으로 올해 전체 목표액 120억원의 47%를 달성했다.
이런 추세라면 100억원 추가 발행도 가능하다는 것이 시의 분석이다.
'시흥시를 하나로 경제공동체로 묶는다', '좋은 일이 있으면 동네에 돌리는 시루떡처럼 나눔과 소통의 도구가 돼라'는 바람을 담은 '시루'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이름부터 알려 지역화폐 띄운다"
경기지역 시·군들은 시흥시의 시루처럼 개성 넘치는 명칭을 앞다퉈 선보이며 지역화폐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용인시는 '와이페이'로 명명했다. 용인시의 첫 영문 이니셜 'Y'자 상단에 와이파이를 얹힌 로고처럼 '용인에서 지역화폐가 두루두루 많이 사용되라'는 뜻이다.
안산시 지역화폐 '다온(多溫)'은 '동네 소상공인들 모두를 따뜻하게 한다', '다문화 대표도시에 좋은 일이 다 온다'는 의미다.
양평군은 '양평통보'로 정했다. 조선 후기 널리 유통된 상평통보처럼 지역의 대표 화폐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남시는 '하머니'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하남의 머니(화폐)'란 뜻에 '하모니(화합)를 이룬다'는 의미를 더했다.
오산시의 '오색전(五色錢)'은 지역의 대표 전통시장인 오색시장에서 따왔다. 5가지 색의 지역 상징물(까마귀, 은행, 매화, 오산천, 독산성 세마대)도 나타낸다.
상당수 시·군은 지역화폐 명칭에 '사랑'을 넣어 '평택사랑상품권', '여주사랑카드', '군포愛머니' 등으로 지었는데 도내 지역화폐의 본산인 성남시의 '성남사랑상품권'을 본뜬 것으로 보인다.
◇ 지역특색 맞게 발행유형·할인율도 '맞춤형'
지역화폐의 발행형태는 지류형, 카드형, 모바일형으로 나뉜다.
지류형은 현금처럼 쓸 수 있어 2차 유통이 가능하고 단말기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카드형은 가맹점 모집 없이 대부분의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고, 모바일형은 스마트폰 앱으로 결재가 가능하다.
지역화폐의 선두주자인 성남시는 3개 유형의 지역화폐 '성남사랑상품권'을 모두 발행하고 있다.
지류형은 일반 구매에 쓰이고, 카드형은 아동수당과 출산장려금 지급을 위해 발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모바일형 성남사랑상품권을 새로 출시해 청년배당과 산후조리비로 지급할 계획이다.
모바일형을 일반 구매에 확대하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시청 인근 점포 80곳을 대상으로 재정경제국 직원 164명이 시범사업도 벌이고 있는데 해당 점포와 직원 모두 호응이 좋다고 시는 설명했다.
성남시의 올해 목표액은 지류형 160억원, 카드형 683억원, 모바일형 253억원 등 모두 1천9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발행액 445억원의 2.5배다.
성남시를 포함해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지역화폐를 이미 도입한 시흥, 평택, 김포, 의왕, 가평 등 5개 시·군도 저마다 지역 실정에 맞게 '지류+카드', '지류+모바일', '카드+모바일', '카드' 등으로 발행형태를 달리하고 있다.
도내 대부분 시·군의 지역화폐는 전국의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의 6% 할인율을 준용했다.
그러나 시흥시의 경우 할인율 5%를 적용해 차이를 보인다. 시흥시는 어린 학생들도 학생증이나 부모신분증 등으로 구매가 가능해 1% 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6% 할인율 적용도 시·군별로 2가지로 나뉘는데 9천400원을 내고 1만원권 지역화폐를 구매해 사용하거나 1만원에 구매한 지역화폐로 1만600원 상당의 물건을 살 수 있는 방식이다.
대부분 시·군은 다음 달 지역화폐 출시에 맞춰 한 달간 10% 할인율을 적용해 붐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설과 추석 명절을 전후해서도 10% 할인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여주시는 첫 달과 명절에 9% 할인율을 적용한다. 두 자릿수 할인율이 부담스러워 9%로 결정했다고 하는데 향후 조정 여지를 뒀다.
양평군과 구리시의 경우 아예 10% 할인율을 상시 적용하기로 했다.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 구매한도액도 정하고 있는데 시흥시의 경우 1인당 한 달 구매한도액이 40만원, 성남시는 50만원이다. 성남시는 하루 구매한도액도 10만원까지로 정해놨다.
◇ '복지+지역경제'…정책발행 사용처 확대
경기도와 31개 시·군은 예산을 분담, 청년배당·산후조리비 등 복지비를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정책발행'을 통해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해 시·군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발행을 늘리며 지역화폐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농민 기본소득 도입을 도내에서 처음으로 추진 중인 여주시는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지역 내 농업인 1만1천여명에게 연간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남시는 만 19세 청년이 성남지역 공립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도서를 대출하면 2만원 상당의 모바일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할 방침이다. 지역서점 전용 모바일 성남사랑상품권은 지역화폐 가맹점인 관내 19개 지역서점에서만 쓸 수 있다.
하남시는 헌혈의집 하남센터에서 수혈용 헌혈(전혈, 성분헌혈)을 한 사람에게 1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 헌혈 장려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c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