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재벌 과거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워준 것"
전문가들 "재벌 세대교체할 유니콘기업 20∼30개 배출 기대"
정부, 혁신적 중소·중견기업에 3∼5년간 200조 투입 예정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윤선희 구정모 홍정규 홍지인 김연숙 기자 = 과거 산업화시대 정부들은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재벌을 키워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혁신적 벤처기업들이 재벌과 세대교체를 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도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보인다.
이를 위해 앞으로 3∼5년간 혁신적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에 대한 대출과 정책금융, 벤처펀드 등을 통해 200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유니콘 기업들(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이 적어도 20∼30개 정도 배출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했다.
24일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1일 금융 생태계를 가계금융과 부동산에서 탈피해 미래 성장성·자본시장 중심으로 바꾸는 '혁신금융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시중은행들은 여신심사 시스템을 개편해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3년간 100조원의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술금융 90조원, 일괄담보대출 6조원, 성장성 기반 대출 4조원 등이다.
여기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5년간 산업혁신을 위해 7만개 주력산업·서비스 기업에 72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7만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특히 관광, 헬스케어, 콘텐츠, 물류 등 4대 유망 서비스산업을 우선 지원하고 업종별 서비스산업 혁신방안 등과 연계해 지원 업종을 늘릴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에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위험을 분산·공유하는 혁신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기업의 도전을 응원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기업금융에서 벤처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자금 공급 방식도 대출에서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 직접 소액투자를 하는 '혁신성장금융팀'을 신설했으며 3년간 3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투자 대상 기업과 금융기관 혁신을 추구하는 '신한퓨처스랩'을 만들고 4년간 1조7천억원을 투자하는 혁신성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KB금융은 스타트업 발굴·육성하는 'KB 이노베이션 허브'를 운영하고, KEB하나은행도 설립 7년 이내 스타트업에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새로운 세계적 강소기업 탄생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기업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과거 개발시대 산업화를 이끈 산업은행은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중소벤처 성장의 주역이 되기 위해 스타트업 발굴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벤처기업 투자유치 플랫폼 'KDB 넥스트 라운드'를 조성하고 기술 평가가 가능한 연구기관과 협조해 기술금융플랫폼도 만들었다. 올해 혁신성장 분야에 14조5천억원을 공급하고, 중소·중견기업에 44조원을 투입한다.
기업은행도 'IBK 창공(創工·창업공장)'을 통해 60개 혁신기업을 발굴·육성 중이다. 창공을 더 늘려 2022년까지 500개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경제 활력이 생기려면 유니콘 기업이 적어도 20∼30개는 나와야 한다"며 "새로운 대기업이 나오도록 혁신 창업기업 지원을 늘리고 기존 대기업 지원은 가급적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창업-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4단계 기업 성장단계를 강화하고, 스타트업 친화적인 생태계 조성 전략을 통해 유니콘 기업 20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연기금, 벤처캐피탈, 기업들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간 22조3천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연도별 규모는 올해 4조8천억원, 내년 5조3천억원, 2021년 5조8천억원, 2022년 6조4천억원 등이다.
출자자별로 보면 정책기관이 8조5천322억원(38.2%)으로 가장 많고 ▲ 은행·보험·증권 등 민간 금융기관 4조3천474억원(19.5%) ▲ 대기업 등 일반법인 2조7천83억원(12.1%) ▲ 벤처캐피탈 2조5천884억원(11.6%) ▲ 연기금 1조4천486억원(6.5%) 순이다.
이중 2022년까지 작은 벤처기업의 규모를 성장시키기 위한 '스케일업(Scale-Up) 펀드'를 12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중기부 측은 "벤처투자시장에서 모태 자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모태펀드 출자를 마중물로 시장에서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험자본 육성으로 3년간 바이오와 4차 산업 분야 80개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은 "우리 유니콘 기업들도 나중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며 "스타트업이 큰 회사가 되고 대기업과 경쟁해 이기는 사례가 조금 생기면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은 과거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워준 것 아닌가"라며 "새로운 기업이 큰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편애해줘야 한다"며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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