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8톤 수거…중국ㆍ중남미 쓰레기 주종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사람들이 내다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사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동태평양 갈라파고스 군도의 희귀 동물을 위협하고 있다.
갈라파고스에서는 요즘 자원봉사자들이 해안으로 떠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AFP 통신이 22일 전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동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한적한 갈라파고스 군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남미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1천㎞ 떨어진 갈라파고스 군도에서는 위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동물이 발견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다른 나라나 대륙에서 밀려들고 있다.
이로 인해 이구아나를 비롯해 거북, 새, 물고기 등 갈라파고스 특유의 동물이 위협을 받고 있다.
거북의 경우 바다를 떠다니는 비닐을 먹잇감 해파리로 알고 삼킨다는 것.
갈라파고스국립공원(PNG) 해양생태계 전문가 제니퍼 수아레스는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 사슬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태양의 직사광선과 짠 바닷물이 플라스틱과 비닐백, 뚜껑, 그릇, 그물 등을 분해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눈으로 보기에는 딱딱하게 보이지만 바위 등에 부딪히게 되면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오게 되고 결국 동물이 이를 먹게 된다는 것.
매년 많은 탐사팀이 갈라파고스 해변을 찾아 사람들이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사한다.
신발류를 비롯해 장난감, 필기도구, 깡통 등 폐기물이 멸종 위기 동물 등 각종 동물이 주로서식하는 지역에서 발견된다.
페루나 콜롬비아, 파나마 제품은 물론 멀리 중국산도 발견된다.
아시아 국적 고기잡이 선박들이 동태평양을 지나면서 내다 버린 쓰레기들도 있다.
갈라파고스 군도 이사벨라 섬 북쪽 끝에 있는 푼타 알베마를레 등 무인도 지역의 경우에도 멀리서 온 쓰레기가 광범하게 퍼져 있음이 확인됐다.
올해 들어 이 일대에서는 벌써 8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거됐다.
지난해 전체로 24톤이 수거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이다.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에콰도르로 운반돼 소각 처리된다.
PNG 책임자 호르헤 카리온은 "이곳에서 수거된 쓰레기 가운데 90% 정도는 여기에서 나온 게 아니라 남아메리카나 중앙아메리카, 심지어는 아시아에서 밀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만5천여명의 주민이 사는 갈라파고스 군도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1996년 이후 현지 어부들이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해왔다.
수아레스는 "최근 3년간 쓰레기로 수거된 제품의 생산지를 파악해 왔다"면서 "이를 통해 쓰레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루와 중국 쓰레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지만 향후 환경을 훼손한 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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