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 서울전] ②들불처럼 번진 3·1운동과 여성들

입력 2019-03-24 10:00   수정 2019-03-25 11:18

[여성독립운동 서울전] ②들불처럼 번진 3·1운동과 여성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3.1운동 지도, 유관순 열사 인물카드, 대한독립여자선언서 등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는 교사와 여학생, 기녀, 산파, 간호사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는 기록과 사진 자료들을 보여준다.
만세운동은 여성들이 개인, 가족을 넘어 민족공동체, 국민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다.
특히 당시 평안도·함경도·황해도·강원도·경기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 등 한반도 전역에서 여성들의 만세 함성이 들불처럼 번졌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8 독립선언서(독립기념관 소장)와 김마리아(1892∼1944)·황애시덕(1892∼1971)·차경신(1892∼1978)의 얼굴, 차경신이 사용한 낡은 영어사전 등의 사진을 볼 수 있다.

김마리아는 대한민국애국부인회 회장, 상해애국부인회 의정원 의원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다. 1923년 미국에 건너가 안창호의 부인 이혜련의 도움으로 정착했다. 황애시덕(에스더)과 박인덕 등 옛 동지들과 함께 근화회(재미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조직, 조국 광복의 대업을 촉진하기 위해 재미동포 사회의 운동을 후원했다.
황애시덕은 평양의 숭의여학교 교사들과 애국 비밀결사대인 송죽회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다 도쿄에 유학했고, 현지서 여자유학생회를 조직해 활동했다.
3·1운동으로 많은 그리스도교인이 투옥되자 오현관·오현주 등과 함께 옥중 지사와 그 가족을 도울 목적으로 애국부인회를 조직하는 한편, 전국에 지부를 확장해 군자금을 모아 상하이 임시정부에 송금했다.
차경신은 부인회를 조직하고,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밀요원으로 활약했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어 학교 초대교장, 대한애국부인단 총단장 등을 역임하며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4쪽으로 된 '일본 외무성 불령단관계잡건'도 눈길을 끈다. 1918년 6월부터 1920년 6월까지 일본이 작성한 '조선 여자친목회, 여자친목회, 여자학흥회 등에 관한 보고서'다.
독립기념관이 소장한 영인본 '기미독립선언서'(1919년 3월)와 '대한독립여자선언서'(1919년 2월)는 당시의 열정을 전하기라도 하듯 전시장 한편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대한독립여자선언서는 중국의 길림에서 작성·선포되고 노령에서 제작·인쇄된 후 일본, 중국, 미주, 국내 등 각지로 배포됐다.
선언서는 "간장에서 솟는 눈물과 충곡에서 나오는 단심으로써 우리 사랑하는 대한 동포에게 엎드려 고하오니 동포 동포여, 때는 두 번 이르지 아니하고 일은 지나면 못하나니, 속히 분발할지어다 동포 동포시여. 대한 독립 만세"로 끝을 맺는다.

남과 북 전역의 여성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만세운동을 했음을 보여주는 한반도 지도도 눈에 띈다.
지도 각 지역에는 만세운동을 시작한 날짜와 장소가 표기돼 있다.
'평안도 3·1 선천 보성여학교', '함경도 3·1 원산 진성여학교·루씨여학교', '경기도 3·17∼22 파주 구세군 임영애', '전라도 3·8 광주 수피아여고', '충청도 3·20 천안 입장 광명여학교', '경상도 3·19 진주 기녀' 등이라고 알린다.
여학생들이 만세운동에 참여한 사실을 알려주는 판결문과 신문 기사도 전시회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숭의여학교 김경희 등의 판결문'(1919년 5월 29일.국가기록원), '부산진 일신여학교 10명 학생 기소에 관한 기사'(매일신보 1919년 4월 7일자), '광주 수피아여학교 교사 박애순 등의 판결문'(1919년 4월 30일.국가기록원) 등이다.

우리가 교과서와 사전 등에서 만났던 유관순 열사의 '일제 감시대상 인물 카드'(국사편찬위원회)도 새삼 다가온다. 이 카드는 최근 개봉했던 '항거:유관순 이야기'에서 어떻게 촬영했는지를 보여줘 당시 상황을 더 실감 나게 한다.
사진을 마주하고 있으면 유관순 등이 '8호 감방'에서 불렀던 노래 "접시 두 개 콩밥 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피눈물로 기도했네/ 피눈물로 기도했네/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에헤이 데헤이 에헤이 데헤이"도 들리는 듯하다.
강원도 양양 만세운동을 주도한 조화벽(1895∼1975) 지사의 사진도 공개됐다. 그는 독립선언서를 버선목 속에 숨겨 양양 성내리 감리교회의 청년부 지도자 김필선에게 전달, 4월 4일 양양 장날에 대대적인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또 조화벽 지사의 남편이자 유관순 열사의 오빠인 유우석(1988∼1968) 지사가 사용하던 가방도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나라를 구하는 데 귀천은 없다'고 외치며 일어선 기녀들의 만세운동도 엿볼 수 있다.
1919년 서울에서 3·1운동이 전개되고 전국 각지로 퍼지자 진주·수원·해주·통영 등지의 기녀들도 분연히 일어나 만세운동을 벌였다.
'통영 기녀 이소선과 정막래의 판결문', '해주 기녀 조합장 문월선, 김해중월, 이벽도, 김월희, 문향희, 화용, 금희, 채주 등의 시위에 대한 신문기사', '김향화의 출옥, 수원 기생 관련 기사' 등의 사진 자료가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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