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우리 정부와의 공식 대화나 교류에 소극적이다. 일각에선 이러다가 남북관계가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공단에 문을 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만 보더라도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남북은 그동안 매주 금요일 소장 회의를 열어 남북 간 현안을 논의해왔는데 이달 들어선 1일과 8일, 15일 회의에 북측 인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북측은 22일에도 불응해 회의 개최가 연 4주째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우리 측이 사유를 물어도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남북교류에서 북한 측의 이상기류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내달 1일부터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공동유해발굴사업도 북측의 명단 미통보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동유해발굴은 우리 정부가 지난해 12월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대북제재 예외로 인정받은 사업이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 이후 작년 말까지 DMG 내 GP 시범 철수, 한강 하구 공동수로조사 등 합의 사항을 이행했으나 최근엔 GP 전면철수,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논의할 남북군사공동위 구성 등이 북측의 소극적 태도로 미뤄지고 있다. 북측은 군사회담을 열자는 우리 국방부의 최근 제안에도 침묵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는 우리 정부가 한미 공조 차원에서 대북제재 틀 내에서 남북경협이란 방침을 유지하는 데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22일 북미 간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다짐한 우리 외교부의 업무계획을 언급하며 "남조선 당국은 말로는 북남선언 이행을 떠들면서도 실지로는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하라"고 압박했다. 예전처럼 막말을 쏟아내진 않고 있지만, 대남 비난의 강도를 높이는 북한의 이런 모습은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대북제재는 미국이 주도했다 하더라도 유엔 등 국제사회가 결의한 것이어서 우리 정부도 이를 무시하지 못한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조차 대북제재를 외면하지 못하는 현실을 북한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답답한 처지를 모를 바는 아니지만, 북한은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대한민국도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라는 점에서다. 우리는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주변 강대국들과 달리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공동번영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북미 간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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