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기준 강화에 '자사고 죽이기' 반발…인기하락 속 자사고 위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평가를 앞두고 평가 기준 강화에 반발하는 자사고와 교육 당국 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 42개 자사고는 올해부터 내후년 사이 운영평가를 받는다. 재지정 기준점인 '70점 이상'(전북 상산고는 8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일반고로 전환된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자사고교장단은 최근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운영평가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며 평가계획 재검토와 조희연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교장단은 전날 교육청 실무자들을 만나 의견을 전달했고 25일에도 협의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자사고가 가장 많은 서울은 재지정 기준점이 80점으로 유독 높은 전북과 함께 '격전지'로 꼽힌다. 서울 자사고 22곳은 올해(13곳)와 내년(9곳) 운영평가를 받는다.
교육당국은 이번 평가에서 지정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자사고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평가지표를 대폭 강화하고 재지정 기준점도 올렸다.
교육부 '자사고 평가지표 표준안'에 따르면 평가지표는 총 32개로 2015년보다 3개 늘었다. 특히 정량평가지표가 15개로 종전보다 4개 줄어든 가운데 정량과 정성평가가 섞인 지표와 정성평가지표는 17개로 7개 증가했다. 평가자인 교육청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커진 것이다.
배점은 학교·교육과정 운영상황 평가 항목과 교육청이 재량으로 지표를 정해 평가하는 항목에서 높아졌고, 학생·학부모·교원 만족도나 재정·시설여건 평가 항목에서 낮아졌다. 자사고가 강점을 가진 분야의 배점이 줄었다는 것이 교육계 평가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조희연 교육감 등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고교 서열'을 해소하기 위해 자사고 폐지를 주요 의제로 밀어왔다. 교육부가 법령 개정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운영평가가 '자사고 폐지'를 달성할 유일한 수단이다.
자사고들은 이번 운영평가의 목표가 '자사고 폐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오세목 당시 자사고연합회장은 "당국이 운영평가를 악용해 '자사고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평가거부도 거론된다. 서울 자사고는 29일까지 자체보고서를 내야 한다. 자체보고서는 4~5월 진행될 교육청 평가단의 현장평가 때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평가를 거부한다면 자체보고서를 내지 않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교육청과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상산고도 평가를 받기로 한 만큼 나머지 학교들도 평가거부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평가결과는 6월께 나올 전망이다. 고교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8월에는 일반고 전환 여부가 확정돼야 하는데 자사고 지정 취소(일반고 전환) 절차가 두 달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자사고는 연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자사고와 일반고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고 이중지원도 금지하면서 위기에 빠졌지만 헌법재판소가 이중지원 금지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기사회생한 바 있다. 자사고 쪽이 제기한 동시선발과 이중지원 헌법소원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인기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 9곳(포항제철고 제외)의 2019학년도 입학경쟁률은 1.46대 1로 전년도보다 하락했다. 이들 학교 중 경쟁률이 오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전국단위인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 21개 자사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1.30대 1로 전년도(1.29대 1)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7학년도 1.70대 1과 비교하면 크게 낮았다. 경문·대광·숭문·현대·세화여고 등 5곳에서는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당국은 지난해 은평구 대성고처럼 운영이 어렵다며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는 자사고가 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조희연 교육감 두 번째 임기 공약이행계획서에서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5개 자사고가 추가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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