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vs 철거 논란 속 학술토론회…"공동시설로도 활용"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일제강점기 군수물자 보급공장 노동자들의 옛 합숙소인 인천시 부평구 '미쓰비시 줄사택'의 벽면이나 건물 유적을 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물로 만들고 내부를 주민 공동이용시설로 조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22일 오후 인천 부평구청에서 열린 '미쓰비시 사택의 가치와 미래, 그리고 부평' 학술토론회에서 '부평 미쓰비시 사택의 역사적 가치'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미쓰비시 사택의 벽면이나 일부 건물 유적을 부평역사박물관으로 옮겨 원형을 복원한 전시물로 조성할 수 있다"며 " 미쓰비시 사택이 있는 현장에 남아 있는 방앗간 등 공동건물 등을 주민 공동이용시설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삼릉·三菱) 사택은 1938년 일제가 일본군 군수물자 보급공장인 육군 조병창을 부평에 세울 때 지은 공장 노동자들의 옛 합숙소다. 작은 집 87채가 나란히 줄지어 있어 '줄사택'이라고 불렸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보존해야 한다는 학계의 의견과 철거 후 마을회관 주차장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민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주거환경과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며 "아시아태평양전쟁유적은 가슴 아픈 역사 현장으로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경험이자 역사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경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부평 미쓰비시 사택의 건축적 가치'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미쓰비시 사택이 일제강점기 후반 만들어진 경인공업지역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의미 있는 건축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쓰비시 사택 건설과정에서는 일단 많은 노동자를 수용하기 위한 주택 건설이 주가 됐다"며 "도시계획에 따라 만들어지는 신도시가 아닌 병참 기지화에 따라 급하게 형성된 공업 도시의 면모를 확연하게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김경배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미쓰비시 사택의 일부 건물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전체 블록을 하나의 건축자산으로 보고 단지 전체를 재생·보존·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파급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부평구 관계자는 "학술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향후 미쓰비시 사택 활용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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