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대 이어 경인교대도 의혹 제기…법령상 소급 처벌규정 없어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초등학교 교사가 될 예정이거나 이미 된 교육대학교 남자 재학생·졸업생들이 여학우들을 성적 대상화 하며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교대생들의 그릇된 성(性)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미 교사가 된 졸업생들도 조사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지만, 현행 법령상 졸업생은 조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재학생들은 지난 15일 '국어과 남자 대면식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는 대자보로 학교 내 성희롱 문화를 폭로했다. 대자보에는 학과생 122명 중 92명이 동의했다.
대자보와 사과문 등에 따르면, 이 학과에는 축구 소모임이 있는데 남학생은 무조건 가입하게 돼 있어 사실상 '남자 소모임'이다. 이 소모임은 매년 개강총회라며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여하는 '남자 대면식'을 진행했다.
대면식 때마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 동의 없이 여자 신입생 전원의 사진·이름·나이등 신상정보를 담은 책자를 만들었다. 졸업생들이 여학생 얼굴을 평가하며 등수를 매겼고, 성희롱 발언이 오갔다는 주장도 남녀 재학생 및 졸업생들 사이에서 공히 제기되고 있다.
폭로 이후 "남자 대면식은 10여년 전부터 있었고, 여학생 '품평'이 비일비재했다", "다른 과에서도 남녀 신체접촉을 강요하는 등 부적절한 문화가 있었다" 등 추가 증언이 나왔다.
이에 남학생들은 "몇년 전까지는 그런 행위가 일부 있었으나 중단됐다"며 "현재 재학생들이 참여한 대면식에서는 여학생들에 대한 외모 평가와 서열 매기기 등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교대에서도 이른바 '남톡방'으로 불리는 남학생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성희롱 의혹이 제기됐다.
폭로 글에 따르면 이 학교 체육교육과 남학생들은 대화방에서 특정 여학생을 심하게 폭행해야 한다거나, 성관계를 할 만한 대상이냐는 둥 성희롱을 했다. 이런 발언을 직접 하지 않은 남학생들도 웃거나 방관했다.
해당 학교들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서울교대는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경인교대는 "모든 학과에 유사 사례 제보를 받아서 교내 성폭력 전수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번 일을 두고 사건 관련자들이 교사가 되는 것을 막고 현직교사인 졸업생들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주장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일까지 6만5천여명이 동의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졸업생인 현직교사들을 조사·처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사의 학생 시절 잘못에 관해서는 설령 성 관련 문제가 뒤늦게 드러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소급해 징계를 검토할 규정이 없다.
교육공무원법의 성 비위 관련 규정에는 강간·추행에 준하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파면·해임되거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 또는 그보다 무거운 형을 받은 경우만 임용 결격 사유로 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무원 징계는 공무원이 된 후의 행실을 대상으로 삼는다"면서 "다만, 학부 시절 피해를 본 여학생이 특정 교사를 형사 고소해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온다면 징계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도입이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교대·사범대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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