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성·박일·강희선 등 인기성우 50여명 주주 참여…대표이사에 김영민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유강진, 배한성, 박일, 송도영, 김기현, 홍승옥, 김도현, 이정구, 김환진, 강희선.
이름만 들어도 외화나 만화 주인공 목소리가 떠오르는 대한민국 대표 성우들이 힘을 합쳐 오디오북 전문 출판사를 만든다.
김영민 성우는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직 최고 인기 성우 50여 명이 주주로 참여해 오디오북 전문회사를 다음 달 초 설립한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은 '오디오북스위즈'.
이들 레전드 성우 외에도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정미숙, '세일러문' 최덕희, '카드캡터 체리' 문선희, '뽀로로' 이선, '레이디버그 블랙캣' 남도형 등 젊은 층도 좋아하는 성우들이 대거 출판사 설립에 참여했다.
대표이사는 KBS 공채 18기 출신 베테랑인 김영민 성우가 맡고, 방송 음악 편곡에 능한 왕준기 전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 교수가 음악 감독으로 영입됐다.
'목소리 연기'의 최고 전문가들인 성우들이 직접 오디오북 시장에 뛰어들어 출판사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고난 미성과 정확한 발음을 보유하고 목소리 전문 연기에 강점이 있는 성우들이 직접 제작하는 오디오북이 뉴미디어 출판 시장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오디오북스위즈는 동화, 소설, 시, 에세이, 교양,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직접 출판·유통하는 한편, 제작 대행 서비스도 겸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단체 홍보물이나 광고는 물론, 일반인들의 소장용 시, 편지글, 자서전, 유서 등도 의뢰를 받아 제작한다. 팟캐스트 방송과 연기 및 스피치 교육, 오디오북 낭독자 양성 아카데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있다.
김영민 성우는 "오디오북 업체가 난립하지만, 녹음실 사용료, 낭독자 출연료, 음악 제작비 등이 고비용이어서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프로 성우들이 직접 오디오북 출판사를 운영하면 비용과 시간 등 면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고품질의 오디오북을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우들이 오디오북 업체를 직접 차려 사업에 뛰어든 것은 사실 고사 위기에 놓인 성우업계의 현실 탓도 있다.
TV 외화 더빙이 사라지고 라디오 드라마도 대부분 폐지된 데다 다큐멘터리 내래이션마저 영화배우, 가수, 희극인 등이 맡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애니메이션과 게임 프로그램 더빙 외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영민 성우는 "900명 가까운 성우들이 설 곳이 없어진 게 현실"이라며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