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신보 "美, 더 큰 대가 치를 것" 경고…핵실험·미사일 발사 이어갈까 주목
'美압박이 체제유지에 더 유리' 판단…'시간은 우리편' 인식도 작용한 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본격적인 압박 공세에 들어간 모습이다.
지난달 말 2차 북미정상회담 무산 이후에도 침묵하며 장고하던 북한이 22일 개성공동연락사무소 근무 인원 철수라는 첫 조처를 함에 따라 지난 3주간 내부 분석과 모색 끝에 강경 대응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부터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대외선전용 매체들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하며 대화 의지에 무게를 둔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그러다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가진 브리핑('통보모임')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달렸으며 "짧은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밝힌 이후에는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더욱이 최 부상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 당국자들이 압박 메시지를 지속해서 날리고 이날 북한의 제재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과 불법 환적 등으로 의심을 산 북한과 외국 선박들에 대해 무더기로 '해상거래 주의보'를 갱신·발령함에 따라 강경 대응의 포문을 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개성연락사무소를 첫 강경 행보의 타깃으로 삼은 것은 북미 협상의 결렬로 그나마 한반도 긴장 완화의 방파제였던 남북관계도 함께 무너뜨려 정세 전반을 긴장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한반도 위기를 끌어올림으로써 북미 간 평화 협상의 국면에서 그 수혜자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남한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1년간 가까스로 만든 남북 간 긴장 완화 조치는 물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의 조치를 이어가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조선신보가 이날 "대화 상대의 선의를 저버리면 미국은 궁지에 몰리고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서 잘 드러난다.
북한의 이런 '벼랑 끝 선택'에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사실상 진퇴양난에 서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작년 남북정상회담에 힘입어 '핵·경제병진' 노선을 포기하고 선택한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은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한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의 숨통을 죄이던 제재를 일부 해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주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은연중 불어넣었던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회담 결렬은 스스로 밝히듯이 충격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미국으로부터 상응조치를 얻기 전에 핵을 내놓는다는 것은 북한 기득권과 주민의 세뇌사고로 볼 때 사실상 미국에 '항복'하는 것으로 비치기가 십상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막후 채널을 맡았던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2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측 실무자들이 "(김정은) 위원장 말고는 비핵화 자체를 말할 수 없다", "영변 외 핵시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경제성장을 위해 미국에 굴복하느니 차라리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을 높이고 체제 유지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경제 사정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내부적으로 자원을 총동원하고 도별 경쟁체제 같은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 등 우호 국가들과 협력에 주력한다면 당분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적 여유를 보이지만, 실제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북한 지도부의 인식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핵과 미사일 발사 유예에 만족하며 여유를 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의 위기를 키우고 압박할 수 있는 데다 2년밖에 안 남은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하며 협상하기보다는 장기 집권이 가능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차기 행정부와 담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강경 행보의 끝이 어디일지 섣불리 예측하기가 어렵다. 북한이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능동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따라 내달 초 예상되는 노동당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에서 어떤 정책적 결정이 취해질지 주목된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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