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 부상·근육 경련에도 안정적 토스로 대한항공전 3-2 역전승 견인
(인천=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어떤 선수를 특별히 활용하기보다는 모든 선수를 믿고 올렸던 것 같습니다. 한선수 형과 대결했지만 형들을 믿고 경기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 이승원(26)은 22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1차전에서 3-2 역전승을 견인한 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주전 세터로 처음 맞이하는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챔프전 상대 팀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이고, 대한항공에는 남자부 최고의 세터로 인정받는 한선수(32)가 버티고 있어 심리적 부담이 더욱 컸다.
실제로 첫 세트는 '컴퓨터 세터' 한선수의 페이스였다.
한선수는 한 박자 빠르면서도 짧고 간결한 토스로 센터 김규민의 속공을 끌어냈고, 가스파리니와 정지석, 곽승석 등을 골고루 활용해 첫 세트 듀스 접전에서 32-30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이승원은 1세트 중반 오른쪽 발등을 밟히는 바람에 이원중(24)에게 세터 자리를 넘겨주고 코트에서 나와 부상 부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얼음으로 부기를 내린 이승원은 오른쪽 발을 절룩거리는 다소 불편한 상황에서도 2세트 출전을 자청했다.
이승원은 이후 안정적인 토스로 파다르의 공격을 극대화했다. 점프 후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올리는 백토스는 상대 블로커들의 혼을 빼놓을 만했다.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 2차전 때 허리 통증으로 결장한 파다르 대신 기용된 허수봉을 100% 활용한 전술로 승리를 이끌었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승원은 5세트 막판에도 다리 근육 경련이 생겼음에도 마지막까지 경기를 조율해 극적인 3-2 역전승에 앞장섰다.
지난 시즌 후 현대캐피탈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한 레프트 전광인의 보상 선수로 세터 노재욱이 한국전력으로 옮기면서 이승원은 이원중과 '더블 세터'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규리그 시즌 막판에는 '컴퓨터 세터' 출신의 최태웅 감독으로부터 주전 세터로 낙점받아 포스트시즌에 현대캐피탈의 '경기 조율사'로 활약 중이다.
정규리그 경기 때 최태웅 감독의 지적을 받는 모습이 TV 화면에 자주 잡히는 바람에 다른 선수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던 이승원은 챔프 1차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최태웅 감독은 경기 후 "(이승원 선수가) 1세트에 발등을 밟혀서 발을 못 딛겠다고 할 만큼 통증을 호소했는데, 아픈 걸 참고 마지막까지 잘 해줬다. 정규리그의 아픈 기억들을 포스트시즌에 풀고 싶었던 것 같다. 간절함이 힘을 내게 하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승원은 "3점을 지고 있었지만,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1점, 1점씩 가져오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 집중해서 했다"며 경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 "지금은 부상 부위 괜찮다. 긴장해서 그런지 아무 느낌 없다"면서 "잘하고 싶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는데,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강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거포 파다르와 호흡에 대해선 "토스한 공이 낮아 타점이 낮았는데, 높게 주면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한 센터 최민호에 대해선 "민호 선수가 잔 범실이 없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고 우리에게는 좋은 공격 옵션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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