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컨디션 아님에도 투혼 발휘…극적인 3-2 역전승 견인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듀오' 전광인(28)과 문성민(33)이 위기에서 제대로 이름값을 했다.
현대캐피탈의 부주장과 주장으로 활동하는 전광인과 문성민은 나란히 무릎이 좋지 않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전광인은 지난 16일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이틀 앞두고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문성민도 지난 1월 말 무릎을 다쳐 현대캐피탈의 전력에서 빠져 있다가 플레이오프부터 투입됐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해 열흘 넘게 체력을 비축한 대한항공의 레프트 듀오 정지석(24), 곽승석(31)과 비교해 수비력에선 다소 약점을 보여 방송 해설위원들은 전광인-문성민 콤비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전광인과 문성민의 활약이 빛났다.
챔프전 시리즈 기선 제압에 중요한 1차전에서 전광인과 문성민은 대한항공의 정지석과 곽승석을 압도했다.
특히 외국인 '거포' 파다르가 허리 통증으로 몸 상태가 60~7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광인과 문성민은 43점을 합작하며 3-2 역전승에 디딤돌을 놨다.
올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경쟁자로 꼽히는 전광인과 정지석의 1차전 성적표에선 전광인이 판정승을 거뒀다.
전광인이 유효블로킹 3개를 포함해 22득점에 공격 성공률 60.71%를 보여 20득점에 공격 성공률 60.00%를 기록한 정지석을 근소하게 앞섰다.
리시브 효율에서도 35.71%를 기록한 전광인이 29.17%의 정지석을 능가했다.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한국전력에서 현대캐피탈로 옮긴 전광인은 챔프전이 첫 경험이다.
챔프전이 긴장되고 설레는 무대이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전광인은 "정규리그 때 경기하듯이 생각하고 들어왔고, 그때처럼 경기해서 긴장되지 않았다"면서 "(5세트 6-9로 지고 있을 때) 끝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포기하면 후회될 것 같아서 지더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운도 따라줘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스코어 2-2로 맞선 채 맞은 최종 5세트에 6-9로 끌려가다가 연속 6득점 하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15-10으로 이겨 챔프전 1차전 승리를 따냈다.
그는 이어 "내 플레이에 30% 정도 만족하는 것 같다. 서브도 문제가 많았고, 공격에서도 내가 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리시브가 흔들릴 때도 있었다"며 "내가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면 좀 더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동료들에게도 미안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광인은 자책에도 불구하고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최종 5세트 14-10에서 마지막 승리를 확정 짓는 대각선 공격을 성공시키는 등 4득점에 공격 성공률 100%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의 주연으로 손색이 없었다.
베테랑 토종 거포 문성민의 활약도 빛을 발했다.
문성민은 서브에이스 3개를 포함해 21점을 뽑으며 공격 성공률 57.14%의 순도 높은 공격을 보여줬다.
수비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몸을 날려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공격 못지않게 팀에 기여했다.
문성민은 "시즌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감독님이 배려를 해주셔서 플레이오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었다"면서 "정규시즌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편안하게 플레이하는 데 집중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세트에서도 뒤지고 있었지만 서로 믿음이 있었기에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최태웅 감독님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짧은 한마디가 믿음을 줬고, 그래서 선수들이 큰 힘을 낼 수 있었다"며 3-2 역전승의 기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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