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정우영(알사드)이 정상 컨디션으로 팀에 합류했어도 주세종을 내보내려고 했습니다."
'패스마스터' 기성용(뉴캐슬)의 축구대표팀 은퇴로 생긴 '중원 조율사'의 빈자리를 주세종(아산)이 제대로 막아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이청용(보훔)의 헤딩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이번 볼리비아 평가전 승리는 벤투 감독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비록 결정력 부족으로 다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태극전사들은 처음 가동하는 '다이아몬드형' 4-4-2 전술에 훌륭하게 적응했고, 전후반 내내 강력한 압박과 간결한 패스 연결로 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볼리비아 평가전에서 단연 눈에 띈 선수는 주세종이었다.
주세종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정확한 후방 패스로 손흥민(토트넘)의 득점에 발판을 마련하면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세종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후방 빌드업의 출발점 역할을 맡았고, 코너킥과 프리킥 전담 키커로 중원의 조율사 역할을 맡았다. 태극마크를 반납한 기성용의 역할이었다.
벤투호는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이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면서 전술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후방에서 상대 수비수의 좌우 뒷공간으로 뿌려주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사라지면서 대표팀의 공격 전술은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은 기성용의 빈 자리를 메우려고 중앙 수비수들에게 좌우 측면 크로스를 지시했지만 제대로 완성되지는 못했다.
아시안컵을 끝낸 벤투 감독은 기성용의 공백을 막기 위한 전술을 고민했고, 결론은 새로운 전술과 주세종의 활용이었다.
그동안 4-2-3-1 전술로 '더블 볼란테' 체제를 플랜A로 가동했던 벤투 감독은 4-4-2 전술, 더 정확히는 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가동하는 4-1-3-2 전술을 꺼내 들었다.
중원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한 새로운 전술은 좌우 날개로 나선 나상호(FC도쿄)와 권창훈(디종)이 측면으로 벌리지 않고 중앙으로 침투하고, 그 빈자리를 좌우 풀백이 채우면서 공격진의 숫자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다만 수비형 미드필더가 1명인 만큼 상대의 역습에 취약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주세종은 중앙 수비수 조합인 김민재(베이징 궈안)-권경원(톈진) 조합과 긴밀한 호흡을 맞추면서 상대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주세종은 빌드업의 출발점뿐만 아니라 상대의 압박에 전방 공격진의 움직임이 원활치 못할 때 효과적인 대각선 패스로 공격 전개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벤투 감독 역시 주세종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정우영이 정상 컨디션으로 팀에 합류했어도 주세종을 내보내려고 했다"라며 "패스와 측면 전환 능력 등이 좋은 걸 잘 알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정우영도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벤투 감독님이 대각선 패스를 통한 방향 전환을 많이 요구했다"라며 "측면 공간에 틈이 생길 때 롱킥을 통해 좌우 풀백에게 돌파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줬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크로스가 올라오게 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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