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명이라도 더 살려야"…사이클론 할퀸 모잠비크 구조현장

입력 2019-03-23 23:02  

[르포] "한명이라도 더 살려야"…사이클론 할퀸 모잠비크 구조현장
세계식량계획 등 30여개 국제구호단체 베이라 구조캠프 집결
현재까지 400여명 사망…인명구조 늦어지면 사망자 급증 우려

(베이라<모잠비크>=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사이클론(cyclone) '이다이'가 덮친 아프리카 남부 모잠비크의 항구도시 베이라는 참상 속에서도 긴급구호와 복구공사로 열기가 뜨거웠다.
23일 오후(현지시간) 찾은 모잠비크 동부의 베이라 국제공항 한구석의 100평 규모 사무실에는 전 세계에서 온 구호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사무실은 모잠비크의 사이클론 구조 및 구호 활동을 계획하고 지휘하는 일종의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중심으로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월드비전, 적십자, 국제기아대책 등 30여개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이 식량, 보건, 구조, 쉼터 등 여러 분야로 팀을 나눠 회의나 노트북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14일 오후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이다이가 베이라 일대를 강타한 뒤 국제구호 전문가들이 베이라에 속속 도착했다.
모잠비크 군인들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에서 온 군인 수십명도 사무실 주변에서 쉬면서 구호 임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 앞 활주로에서는 WFP와 남아공 등이 파견한 헬리콥터들이 구호 물품을 싣고 수시로 이륙했다.
모잠비크에서는 이다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인도주의적 우려를 낳고 있다.
모잠비크 정부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사망자가 417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앞으로 1천명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침수 등으로 지붕이나 나무 등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수천 명이나 될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라를 찾은 구호단체 전문가들은 사이클론에 따른 홍수로 고립된 사람을 구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셰프 오웬 미국기아대책의 긴급구호팀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물의 깊이"라며 "수위가 낮아지지 않으면 고립된 많은 주민이 점점 지치면서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드비전에서 파견된 조지프 카마라는 "헬리콥터가 너무 작아 고립된 사람들에게 물과 식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량으로 이들을 돕기에는 도로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모잠비크 구호·구조작업에 투입된 헬리콥터는 10여대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인명구조에 쓰이는 헬리콥터는 몇 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위험에 처하는 주민이 크게 늘 수 있다.
국제공항 밖의 베이라 시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이날 시내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행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또 중장비로 끊어진 다리를 다시 연결하거나 기왓장이 날아간 지붕을 고치는 복구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베이라에서는 힘없이 쓰러진 전신주와 나무, 무너진 건물도 자주 목격됐다.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점을 생각하면 도시가 제모습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사이클론으로 작물이 대부분 쓰러지면서 베이라 주민의 삶이 더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베이라 주민들은 옥수수, 쌀과 토마토를 비롯한 과일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이클론이 마을을 강타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베이라에 사는 아구스타 루이스(39)는 "사이클론이 덮쳤을 때 모든 지붕, 나무, 야자수들이 쓰러졌다"며 "많은 사람이 집에서 도망쳐 교회로 들어왔고 사이클론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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