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보수 문화가 강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현지 최고 인기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우승해 화제다.
24일 아프간 톨로뉴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막을 내린 오디션프로그램 '아프간 스타' 시즌14에서 가수 지망 여성 자라 엘람(18)이 뛰어난 가창력을 앞세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01년 미군 공습 이후 끝없이 전쟁 포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군다나 여성의 외부활동에 엄격한 아프간에서 엘람의 오디션프로그램 우승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진다.
실제로 2005년부터 방송된 '아프간 스타'에서 여성 우승자가 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아프간 스타' 시즌 12에서는 아프간 동부 출신 여성 줄라라 하셰미가 최종 결승까지 올랐지만 2위에 머물렀다.
'아프간 스타'는 지역 예선 등 여러 차례 오디션과 투표 등을 거쳐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K팝스타'나 '슈퍼스타K',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등과 비슷한 포맷이다.
아프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보수적인 이슬람 교단은 이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젊은 세대를 유혹하고 일탈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출연자가 공격당한 일까지 있었다.
2012년 우승자 나비드 포로그는 괴한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을뻔했고, 2016년에는 이 프로그램 제작진이 탄 버스가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7명의 스태프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우승한 엘람은 "내가 우승 후보에 포함되자 대중 사이에서 이번에는 여성이 우승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덕분에 최종 무대까지 서고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엘람이 우승하자 아프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금기를 깼다", '역사를 만들었다' 등 축하 글이 쇄도했다.
수도 카불에 사는 소나 사다트는 "엘람의 우승 덕분에 아프간 여성들은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여성 운동가 로야 사베르자다도 "엘람은 차별과 모욕적인 네티즌 코멘트 등과 맞서야 했다"며 "하지만 엘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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