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재산·가족 정보 등 얻으려 한 정황…한차례 접촉
경찰 "이번 살인사건과 직접적 관련성은 확인 안 돼"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류수현 기자 = '이희진(33·수감 중) 씨 부모살해' 사건의 주범격 피의자 김모(34) 씨가 약 1년 전 이 씨의 불법 주식거래 피해자와 직접 접촉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김 씨 측 변호인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4월 이 씨의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등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인터넷 카페모임 관계자를 한 차례 만났다.
당시 김 씨는 해당 관계자를 통해 현재 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이 씨가 빼돌린 재산이 없는지, 이 씨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등 이 씨 관련 정보를 얻어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이 씨의 피해자를 만난 점으로 미뤄 김 씨는 적어도 지난해부터 이 씨 가족을 노린 범행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김 씨가 사건 전에 (주식투자 피해) 인터넷 카페 관계자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카페 관계자에게 자신을 '탐정'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김 씨가 이 씨의 '주식사기' 사건에 관해 물어보면서 자신이 이 씨 측을 드론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등 황당한 말을 해 한 번 만나고 말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검거되기 전 이 관계자에게 '밀항을 준비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카페 관계자를 만난 것은 한 번뿐이고, 그 관계자의 진술을 살펴봤을 때 당시 만남과 이 씨 부모살해 사건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김 씨가 드론으로 이 씨 측을 감시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증권 전문방송 등에서 '주식 전문가'로 소개되며 자신의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주택이나 고가 수입차 사진을 올리는 등 재력을 과시해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렸다.
하지만 이 씨는 동생과 2016년 9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세워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천7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약 130억 원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2016년 2월부터 8월까지 약 6개월간 원금과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약 240억 원을 모은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는다.
이 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증권방송 등에 출연해 허위 정보를 제공하며 총 292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사기)로도 추가 기소됐다.
지난해 4월 1심에서 이 씨는 징역 5년, 동생은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고 2심이 진행 중이다. 동생은 항소심 진행 중 구속 기간 만료로 현재 불구속 상태다.
이 씨 형제의 범죄로 투자 손실을 본 피해자들은 소송 등을 위해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했다. 이 카페 회원은 1천200여명이다.
이 씨 부모 살해 피의자 김 씨는 중국 교포 A(33) 씨 등 3명을 고용해 지난달 25일 오후 안양시 소재 이 씨 부모의 아파트에서 이 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하고,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강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 씨는 이 씨 부부의 시신을 각각 냉장고와 장롱에 유기하고, 범행 이튿날 오전 이삿짐센터를 통해 이 씨 아버지의 시신이 든 냉장고를 평택의 창고로 옮긴 혐의도 받는다.
공범 3명은 사건 당일 범행 현장에서 빠져나와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김 씨는 지난달 16일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서울·경기지역에서 활동하실 팀원을 모집합니다'는 제목으로 이들 공범을 모집했다.
김 씨는 범행 후 숨진 이 씨의 어머니 행세를 하며 이 씨 동생에게 '내가 잘 아는 성공한 사업가가 있으니 만나보라'는 내용의 카카오톡을 보낸 뒤 자신이 그 사업가인 척 이 씨 동생과 만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김 씨가 이 씨의 동생에게 사업을 제안하며 추가범행을 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 측은 그러나 "김 씨가 죄책감에 이 씨 동생을 만나 범행을 털어놓고 사죄하려 했지만, 미처 말을 꺼내지 못하고 식사만 하고 온 것"이라며 추가범행 의도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현재 김 씨는 "내가 죽인 게 아니다"며 살해 등 범행을 주도한 건 중국으로 도망친 공범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범 중 한 명은 최근 지인에게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메시지를 보내 "경호 일을 하는 줄 알고 갔다가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해 황급히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다른 주장을 폈다.
경찰은 이번 주 중 수사를 마무리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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