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부당 개입' vs '인사 재량' 공방 전망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장관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5일 결정된다.
서울동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선발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2가지 혐의를 적용해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가 반발하자 지난해 2월 김씨에 대한 '표적 감사'를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후임자 공모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에게 면접 관련 자료를 미리 주는 등 환경부가 특혜성 채용에 개입한 정황을 파악하고 김 전 장관에게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특정 지원자에게 미리 자료를 제공으로써 산하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업무를 방해한 것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또 언론사 출신 박모씨가 환경부 산하기관이 출자한 회사 대표로 임명된 배경에도 김 전 장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박씨는 청와대가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임자로 내정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인물로, 지난해 7월 상임감사 자리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뒤 같은 해 9월 환경부 산하기관이 출자한 자원순환 전문업체 대표로 임명됐다.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에 따른 인사 개입인지,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를 두고 검찰과 김 전 장관 변호인단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 전 장관은 앞서 검찰의 비공개 소환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김 전 장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 수사의 첫 구속자이자 현 정부 출범 이후 장관 출신 인사의 첫 번째 구속 사례가 된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 인사수석실을 중심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교체에 부당하게 관여했는지를 본격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김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되면 몇 달간 진행돼온 검찰 수사에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의 구속 여부가 향후 검찰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작년 말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수사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자유한국당이 이같은 내용으로 고발해 오자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올해 1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고,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관련된 환경부 간부와 김 전 장관의 전 정책비서관, 산하기관 임원, 청와대 행정관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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