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피아노 리사이틀 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22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객석에는 적막감을 넘어 팽팽한 긴장감마저 나돌았다.
이날은 콘서트홀 소음과 음향에 극도로 예민한 것으로 유명한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3)의 16년만의 내한 독주회.
관객들은 '완벽주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지메르만의 무결점 연주를 기대하며 그 어느 공연에서보다 집중도 높은 관람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 관객들은 지메르만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에 여러 차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1부 프로그램이었던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에서 지메르만은 브람스 음악의 다면적 이미지와 두터운 질감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며 교과서적인 연주를 보인 그지만 이날만큼은 오락가락한 템포와 여러 미스터치(음을 잘못 누르는 것)로 청중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그는 1부가 끝나자마자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고 빠르게 퇴장했는데, 감기로 컨디션이 엉망인 듯했다.
다만 2부에서는 그의 사색적이면서도 기품 넘치는 피아니즘을 순간순간 엿볼 수 있었다. 특유의 반짝거리는 음색도 2부에 들어서야 드러났다.
휘몰아치는 격정을 표현하면서도 정제된 톤이 돋보인 '스케르초 1번'에서 그는 음색의 농담(濃淡)과 투명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대가 모습을 보여줬다.
애틋하고 창백한 느낌의 선율로 유명한 '스케르초 2번'은 다소 담담하고 소박한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다만 스케르초 연주에서도 뒷부분으로 갈수록 집중도가 떨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평소 연주를 방해하는 요소나 관객에게 참을성을 거의 보이지 않던 그는 이날 앙코르 직전 객석을 향해 기침하라고 권유를 해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공연 도중 악장 때마다 기침이 잦았던 관객들을 향한 유머러스한 배려였다.
쇼팽 마주르카를 선보인 앙코르 연주에서는 쓸데없이 왔다 갔다 안 하겠다는 제스처와 함께 15번과 17번을 붙여서 연주했으며 앙코르 연주를 끝낸 뒤에는 공연이 끝났다는 신호로 피아노 건반 뚜껑을 닫았는데, 이 때문에 객석에는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는 "브람스의 불투명하고 그을린 음색과는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러나 쇼팽 연주에서는 단단한 저음과 영롱한 고음 사이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잘 보여줬다"고 평했다.
컨디션 난조로 고전한 이날 연주회와 달리 지난 23일 공연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진다.
23일 공연을 관람한 허명현 음악 평론가는 "아무래도 젊은 시절의 지메르만이 아니기에 테크닉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대목들도 보였지만 압도적인 유려함으로 청중을 설득했다"며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음악성 그 자체만으로 거장이라고 불리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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