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기소권 분리 놓고 민주-바른미래 대치 지속
내일 원내대표 오찬회동 주목…큰 틀 합의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고상민 기자 =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교착 상태만 지속하는 모습이다.
나머지 파트너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양당의 합의가 먼저 이뤄지면 추후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고 양측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며 공조틀 유지에 힘을 보탰다.
정치권에선 25일 예정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이 상황 변화를 가져올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반발하고 있는 만큼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모임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휴일인 24일에도 '공수처 수사·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설치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권력형 범죄에 대해 수사만 하고 기소권은 검찰에 넘기게 되면 반쪽짜리 공수처로 전락하여 애초 도입 취지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번 주 진행될 각 당 원내지도부들 간 논의 결과에 따라 자세한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당의 입장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주말에도 바른미래당과의 소통은 특별히 없었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도 패스트트랙 추진 동력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에 함몰돼 바른미래당 안을 무작정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바른미래당이 공수처의 기소권을 없애자고 제안했는데, 원내대표와 협의할 때 그건 수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며 "공수처의 기소권을 없애는 것은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일단 민주당과의 공식·비공식 접촉을 이어가면서도 앞서 제안한 ▲ 공수처 수사·기소권 분리 ▲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3명을 야당 몫으로 배정 ▲ 위원 5명 이상의 동의로 공수처장을 추천 등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패스트트랙 논의 자체를 더 진척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 쪽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최종 답변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이번 주 안으로 답이 없으면 우리도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자당 안을 토대로 한 '공수처 합의안'이 마련되면 즉시 의원총회를 소집하여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당내 추인을 꾀할 계획이다.
자당 안이 관철된 만큼 선거제 패스트트랙 자체에 난색을 보이는 반대파를 설득할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한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심 의원은 "여야 4당이 어렵게 선거제 개혁 단일안을 만든 지 일주일이 지났고 이제 패스트트랙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주를 남겨두고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봤듯 '노딜'은 최악의 선택지다. 양당이 대승적 결단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수사권·기소권을 통합한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저뿐만 아니라 유승민·안철수 두 후보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바른미래당의 입장 선회를 에둘러 요구하기도 했다.
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공수처라 할지라도 기소권까지 갖는 것은 지나친 권한 집중으로 부작용의 소지가 있다"며 "수사권만이라도 강력하게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기구가 생기면 개혁의 큰 진전이다. 바른미래당의 요구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이어 "바른미래당의 내부 사정에 비춰봐도 공수처법 원안을 주장하면서 선거제 개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사실상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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