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는 족족 놀라운 성장…컬링 새역사 쓴 리틀 팀킴

입력 2019-03-24 22:53  

경험하는 족족 놀라운 성장…컬링 새역사 쓴 리틀 팀킴
중고교 시절부터 다진 팀워크…태극마크 달고 국제대회 경험 쌓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지난해 8월 2018-2019시즌 여자컬링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신생팀이나 다름없는 춘천시청(스킵 김민지)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 킴'(경북체육회·스킵 김은정) 꺾고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당시 팀 킴은 선수들과 지도자의 갈등으로 내홍을 앓던 시기였기에, 춘천시청이 국가대표로 선발된 데는 운이 따랐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춘천시청은 실력으로 이런 선입견을 뒤엎었다.
춘천시청은 24일 덴마크 실케보르에서 열린 2019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 한국 컬링 역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냈다.
춘친시청은 지난해 2월 경기도 의정부 송현고를 졸업한 1999년생 동갑내기 김민지(스킵)·김수진(리드)·양태이(세컨)·김혜린(서드)으로 구성됐다.
스킵의 성을 따라 이름을 짓는 컬링계 관례에 따라 이들도 '팀 킴'이다. 그러나 원조 팀킴과 구분하기 위해 '리틀 팀킴'으로 불린다.


송현고 재학 시절인 2016·2017년에도 2년 연속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 올라 '성인팀을 위협하는 무서운 동생팀'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은 국제대회 데뷔전에서는 씁쓸한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열린 컬링월드컵 1차 대회에서 예선 1승 5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춘천시청은 11월 한국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12월 미국에서 열린 컬링월드컵 2차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세계 무대 자신감을 더욱 끌어 올렸다.
올해 2월에는 스웨덴에서 열린 컬링월드컵 3차 대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팀이자 세계랭킹 1위인 스웨덴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춘천시청은 2∼3월 전국동계체육대회 동메달,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U-21) 5위, 동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 등 살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꾸준한 성적을 냈다.


지난 16일 덴마크에서 시작한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춘천시청은 예선을 2위(9승 3패)로 통과하고,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들의 활약으로 세계선수권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태극기가 펄럭이게 됐다.
김민지는 세계선수권 예선 기간 공식 인터뷰에서 잇단 국제대회 출전에 "매우 피곤하다"면서도 "우리는 경험이 많은 팀이 아니지만, 매 순간 배우고 있어 정말 좋다"며 성장의 기쁨을 드러낸 바 있다.
춘천시청은 매 경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전날 세계선수권 준결승전에서 스위스에 3-5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이들은 2-3으로 밀린 상태에서 10엔드에 들어섰다. 2점 이상 올렸다면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지만, 10엔드에서 1점만 획득했고 연장 11엔드에서 2점을 빼앗기며 결국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루 뒤인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달랐다.
춘천시청은 이번에도 4-5로 1점 밀리는 상태로 10엔드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10엔드에 3점을 대거 획득하는 데 성공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김민지는 공식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에서는 준결승과 비슷했다. 마지막에 1점 뒤지는 상황이 거의 똑같았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가 점수를 땄다. 그래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리틀 팀킴은 자신들의 강점이 끈끈한 팀워크라고 말한다.
김민지, 김혜린, 김수진은 의정부 민락중에서 컬링을 함께 하다가 나란히 송현고에 진학했다. 여기에 회룡중에서 컬링을 하던 양태이가 송현고에 입학하면서 지금의 팀이 완성됐다.
고교 시절 학교에서 항상 붙어 다니던 이들은 춘천시청에 함께 입단하면서는 한 아파트에서 합숙하면서 동고동락하고 있다. 민락중, 송현고 컬링 지도자였던 이승준 춘천시청 코치는 실업팀, 대표팀에서도 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게 있다면 '경험'이었지만, 그 어느 팀보다 알찬 시즌을 보내면서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김민지는 "작년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점점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경험을 계속 쌓아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26일 한국에 돌아와 오는 5월 중국에서 열리는 컬링월드컵 '왕중왕전'인 그랜드 파이널을 준비한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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