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철수로 남북관계 '공간' 좁아져…"특사 교환, 군사합의 적극이행 등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정성조 기자 = 지난해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트고 고비를 돌파하는 구실을 했던 남북관계가 오히려 정세 교착국면의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정세가 냉각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첫 가시적 행동 조치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통한 '남북관계 흔들기'를 선택했다.
남한 정부와의 주요 대화 창구를 단절시켜 남측에 충격파를 던지고, 당분간 남북 교류·협력을 진척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북미관계 경색의 불똥이 남북관계에 튀었다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의 역할과 추진 방향에 고민을 던져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북미간 기 싸움 와중에 남북관계 '숨 고르기'를 통해 남측에 압박을 가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5월 16일 북한은 당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갑자기 취소하면서 "조미(북미)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미국을 위협했다.
북측은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들었지만,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핵무기 해외반출 등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에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5·26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열어 위기에 처한 북미회담의 불씨를 살리고 남북고위급회담 일정도 다시 잡는 등 정세를 선순환으로 돌려놨다.
그러나 북미 정상의 2차 대좌가 빈손으로 끝난 지금은 남북관계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견인할 만한 공간이 점점 더 좁아지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해 작성한 2019년 정세전망 자료에서 "평양 공동선언 이후 미국의 속도조절 요구가 증대하면서 남북관계는 한미관계와 북미관계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방향으로 구조화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북한이 남북관계를 통한 정세 견인 가능성이나 남한의 대미 중재 역할을 낮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 23일 "남조선 당국자들이 중재자 역할, 촉진자 역할을 떠드는 것도 미국의 승인과 지시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기 처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주제넘은 처사"라며 남측의 촉진자 역할을 평가절하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결국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라는 축이 있는데 북한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것 아니냐, 결국은 미국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불만"이라고 짚었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견인차보다 '종속변수'에 가까워지는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 위에서 남북관계의 향후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상부의 지시'라며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면서도 남측 인원의 체류에 협조하는 등 복귀 여지를 남겨뒀는데, 이런 태도를 예의주시하면서 정교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가 주춤할 때 항상 남북간 오해가 발생하고, 그 오해가 감정으로 이어지면 대립과 대결로 간 사례가 많다"며 "교착국면이 길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는 남북한 모두 최고지도자의 친서를 휴대한 특사의 상호 교환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이를 토대로 늦어도 4월 하순, 5월 초순까지는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제재 국면 아래에서 돌파할 만한 (요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작년에 가장 많이 진척된 게 (남북간) 군사관계"라며 "(군사 분야가)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면서 평화적이고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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