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장성준 교수 "지진파 자료 활용해 지하 1천200㎞ 하부맨틀 영상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해구에서 대륙(지각)판과 충돌해 지구 속으로 깊이 1천㎞ 이상 하강하는 해양(지각)판이 하부맨틀의 암석을 움직이게 하는 정도가 이전 학설에 비해 훨씬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강원대, 리스본대, 파도바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서 수천만건의 지진파 자료를 활용, 하부맨틀이 있는 지하 1천200㎞까지 영상화하고 이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장성준 교수는 "이 결과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구 심부 맨틀 흐름의 특징과 메커니즘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공하고, 지구가 얼마나 빨리 냉각되는지, 태양계 행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진파 자료 4천300만건을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지구동역학 시뮬레이션과 결합, 맨틀의 S파 속도 구조뿐만 아니라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S파 속도의 변화를 계산해 최고 1천200㎞ 지하의 하부맨틀 움직임까지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체 내부를 촬영하는 CT스캔과 유사한 것으로 지진파 단층촬영이라고 할 수 있다.
장 교수는 "CT스캔에서는 X-선이 몸속을 뚫고 지나가 반대쪽 수신기에 도달하는데, 지진파도 같은 방식으로 지구를 뚫고 지나가서 반대편 지진관측소에 기록된다"며 "이를 통해 CT스캔과 같은 방식으로 지구 내부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해양판이 해구에서 하강해 하부맨틀과 접촉할 때 하부맨틀 최상단(660∼1천㎞)에서 지진 S파의 속도가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이방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태평양 주변 모든 섭입대에서 발견했다.
하부맨틀에서 S파 속도가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이방성을 띤다는 것은 하부맨틀이 하강하는 해양판과 충돌해 강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맨틀에서 강한 움직임 대부분은 깊이 660㎞까지의 상부맨틀에 존재하며, 하부맨틀에 있는 암석은 지구 핵에 도달할 때까지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는 기존 학설과 달리 하부맨틀도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도바대 마누엘 파첸다 교수는 "상부맨틀에서 암석을 변형시키고 움직이는 것과 똑같은 메커니즘이 서태평양과 남아메리카 하부맨틀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전 지구에 걸쳐 일어난다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지구가 냉각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애나 페레이라 UCL 교수는 "지구 맨틀대류의 비밀을 밝혀냄으로써 지구와 크기와 위치가 비슷한 금성 같은 다른 행성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지구에서 맨틀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알게 되면 왜 다른 행성에는 없는 생명체가 지구에는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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