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충돌은 군사력 패권 다툼"…밀리테크 주도권 향배는

입력 2019-03-25 16:46  

"미·중 충돌은 군사력 패권 다툼"…밀리테크 주도권 향배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군사기술이 패권을 결정한다"…신간 '밀리테크 4.0'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2014년 11월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에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31'이 위용을 드러내자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은 경악했다.
외양과 기능 등에서 미국 스텔스 전략 폭격기 F-35를 그대로 베낀 듯 흡사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도용과 기술 탈취 의혹이 즉각 제기됐다. '짝퉁 천국'이라고 해도 첨단기술 총아인 스텔스 군용기를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나 다를까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NSA) 요원이 폭로한 비밀문서에서 중국이 해킹을 통해 전투기 설계를 비롯한 군사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압박은 즉흥적인 게 아니라 사실 이때 스텔스기 기술을 탈취당한 이후 누적된 경계심과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대로 가면 제조업과 첨단산업 세계 지배력은 물론 세계 최강 군사 대국의 지위조차 중국에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본격적인 '넘버 투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학자 리처드 하스는 중국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미국이 이를 저지하려는 이유로 "'기술 혁명을 이룬 나라가 언제나 패권을 장악했다'는 역사적 팩트를 든다. 15세기까지 중국, 몽골, 인도가 가졌던 세계 질서 주도권이 16세기부터 서양으로 넘어간 것은 기술 혁명을 통한 군사력의 획기적 발전으로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사실 20세기부터 모든 첨단기술은 대부분 '밀리테크(군사기술)'에서 온 것이고, 이는 대부분 미국이 주도했다.
세계 최초 라디오 방송, 하이힐, 전자레인지, 트랜지스터, 반도체, 컴퓨터, 모뎀, 인터넷은 20세기 미군이 개발한 혁명적 발명품이었고, 21세기 들어서는 마이크로칩, 인터넷, 위성항법장치(GPS), 터치스크린, 음성인식 기술, 신물질 신약까지 미군과 정보당국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중국이 이러한 밀리테크에서 선도국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매일경제 김명수 편집부국장과 이진명 차장 등이 펴낸 '밀리테크 4.0'(매경출판)은 이런 내용을 담아 세계 권력 지도를 바꾸는 열쇠인 '밀리테크'의 개념과 현황, 과제 등을 상세하게 짚어준다.


중국이 2025년 제조업 선도국이 되겠다는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와 동남·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지배권 확대를 노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미국과의 정면충돌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말로는 기술 혁신과 교류 확대지만 사실상 중국이 '군사굴기'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각종 제재로 세계 4위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통신)를 단숨에 식물 상태로 만들더니 세계 1위 첨단 통신업체 화웨이마저 날개를 꺾어버렸다. 엄청난 액수의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물리고 중국 연구원과 유학생 등도 추방, 입국 금지, 감시 등 다양한 조치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 역시 초반에는 같은 액수의 보복 관세를 미국산 수입품에 물리는 등 강력히 반발하며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백기를 드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중국과 달리 에너지와 식량 자급이 가능한 데다 기축통화까지 쥔 나라와 정면으로 싸워 이기는 건 불가능해서다.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이 '도광양회'(韜光養悔·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 노선을 추구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 싸움이 단순히 무역 전쟁이나 기술 경쟁이 아니라 패권 다툼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이제 시작일 뿐 중단할 여지가 없다는 뜻을 드러낸다. 적어도 첨단무기 경쟁에서 다시는 중국이 고개를 쳐들지 못하도록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중국이 인공지능(AI), 드론, GPS 등에서 이미 미국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갖추기 시작한 점은 미국의 반격 속도를 더욱 높인다. 이들 기술은 미래 군사 패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하이테크다.
책에 따르면 밀리테크 버전 4.0 시대를 선도하는 나라가 세계 패권을 잡는다.
밀리테크 1.0 시대는 소재 혁신을 통해 강군을 만든 문명이 발전했다. 창과 방패, 갑옷 등은 인간보다 강했던 동물은 물론 다른 부족을 무찌르는 첨단무기였다.
밀리테크 2.0 시대엔 화약 무기가 전쟁의 패러다임을 확 바꿨다. 총과 대포 앞에 아무리 좋은 창과 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밀리테크 3.0 시대는 산업혁명을 거쳐 기관총, 속사포, 전투기, 탱크, 원자폭탄 등 대량 살상무기가 등장했다. 이런 기술을 선도하며 최후의 승자가 된 나라는 우리가 잘 알 듯 미국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다가온 밀리테크 4.0 시대에 '게임 체인저'는 무엇일까. 밀리테크 4.0 시대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발전한다.
책이 인용한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래 전쟁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나온 첨단기술을 활용해 전장이 우주와 사이버 영역으로 확장하고 전투 수단과 무기 체계는 무인 자율화된다. 지휘통제 체계 역시 지능형 실시간 체제로 바뀐다.
이런 세계적 조류와 기술 흐름을 우리나라가 또 한 번 놓친다면 밀리테크 3.0 시대에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식민 지배, 장기간 내전 등 엄청난 비극과 고난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책은 에둘러 경고한다. 248쪽. 1만6천원.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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