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자사고 재지정평가 거부'…장기화시 고교입시 일정 차질

입력 2019-03-25 17:40  

초유의 '자사고 재지정평가 거부'…장기화시 고교입시 일정 차질
평가강화에 서울 자사고들 집단반발…서울교육청 "일단 설득에 최선"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자사고 지위유지 여부가 결정되는 운영성과평가를 거부하는 강수를 뒀다.
평가거부는 초유의 일로 서울시교육청도 "객관적으로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외에 당장 대책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운영평가가 '자사고 죽이기'를 목표로 진행된다며 평가지표 재설정을 요구하고 29일까지인 자체평가보고서 제출을 무기한 거부한다고 밝혔다.
서울 자사고 22곳 평가는 올해(13곳)와 내년(9곳) 진행된다. 경희·동성·배재·세화·숭문·신일·중동·중앙·하나·한가람·이화여고·이대부고·한대부고 등이 올해 평가대상이다.
자사고들이 끝내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창우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중고체제개선팀장은 "법률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보고서 없이 현장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셈이다.
자사고는 5년 주기로 운영평가를 받는다. 운영평가 점수에 미달하면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고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 당국은 이번 운영평가에서 지정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자사고를 가려내기 위해 재지정 기준점을 70점으로 높이고 평가지표도 대폭 보완했다.
운영평가는 자사고들이 제출한 자체평가보고서를 토대로 교육청 평가단이 서면·현장평가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전까지 보고서 제출을 거부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운영평가가 고등학교 입시와 맞물려있다는 점이다.
애초 교육청은 6월까지 평가를 마친 뒤 재지정 기준점에 미달한 학교에 대해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 심의와 교육부 동의 등 일반고 전환을 위한 후속 조치를 거쳐 8월 중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평가 결과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가 생기면 이를 '고입전형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하는데 고교 중 가장 먼저 학생을 선발하는 과학고가 8월 중순 전형을 시작하는 만큼 그 전에 기본계획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사고들의 평가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런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보고서 제출기한이 아직 남아있어 평가거부가 현실화한 것은 아니다"면서 "평가 참여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자사고들이 평가에 앞서 교육청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거부를 선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가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구성됐음을 주장해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고들의 평가지표 재설정 요구를 당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것이 교육계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서울자사고협의회장인 김철경 대광고 교장은 평가지표 재설정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에 "(교육청과 자사고가) 강대강"이라면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번 평가거부를 두고 '자사고들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도 있다.
자사고들이 현 평가지표에 맞춰 모의평가한 결과 올해 평가대상 학교 가운데 단 한 곳도 재지정 기준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하지 못했다.
김철경 교장은 "평가지표가 세세하고 정성평가항목에도 정량평가 요소가 있어 모의평가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 지표로 평가 시 모든 학교 탈락'이 엄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자사고 경쟁률이 낮아지는 등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강화된 운영평가가 인기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일반고로 바뀔지도 모르는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느니 이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나 '자사고가 아닌 명문고' 진학을 준비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운영평가를 통해 자사고와 일반고 숫자가 결정되는 만큼 평가거부 사태가 길어지면 수험생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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