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우승하는구나' 알게 됐죠…7∼8연패 하고 싶어"
(용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왜 다들 우승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프로 데뷔 후 첫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맛본 여자농구 청주 KB의 박지수는 25일 용인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이겨 통합 우승을 확정한 직후부터 한시도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박지수는 "정규리그 우승 때는 얼떨떨하고 잘 몰랐는데 정말 기쁘다"며 "'이래서 우승하는 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KB의 에이스인 박지수는 이날 3차전에서도 26득점에 13리바운드로 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팀의 첫 통합 우승과 함께 박지수도 통합 MVP가 됐다.
정규리그에서 만장일치로 역대 최연소 MVP가 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역시 만장일치로 최연소 MVP에 뽑혔다.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가 모두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은 2007-2008시즌 정선민 이후 11년 만이다.
박지수는 "내가 만장일치로 두 번이나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며 "카일라 쏜튼이나 다른 언니들이 있었기에 받을 수 있었다. 다들 위기에서 끝까지 잘해줬다"고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날 1쿼터부터 총 39분 7초 동안 코트를 누빈 박지수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엔 벤치에 있었다.
안덕수 KB 감독이 우승이 사실상 확정된 경기 막판 베테랑 정미란을 투입하려 하자 박지수가 손을 들어 교체를 자처했다.
박지수는 "이미 이길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미란 언니가 꼭 코트를 밟아보고 싶다고 해서 교체를 자청했다"며 "코트 안에서 우승을 맞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벤치에 있으니 더 신나더라"며 "코트에 있었으면 끝까지 뛰어야 하니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미란 언니가 뛰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박지수는 이번 시즌 초반 고전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 도전한 후 돌아와 지친 상태였던 탓에 마음먹은 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박지수는 "초반에 정말 힘에 부치긴 했다"고 털어놓으며 "언니들이 부담감을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며 용기를 북돋워 줬고 부모님도 잘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이겨냈다. 우승으로 그때의 힘듦에 보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승에는 더 강력한 보상도 따른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열성 팬으로 알려진 박지수는 내달 7일 태국에서 있을 BTS 콘서트 예매에 성공한 후 콘서트를 손꼽아 기다렸다.
박지수는 "챔피언결정전이 5차전까지 가면 콘서트에 가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5차전까지 가면 우승한다는 보장도 없고 우승한다 해도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꼭 3차전에 끝내고 싶었다"고 했다.
박지수는 BTS 콘서트가 "무엇보다 확실한 동기부여"였다고 강조했다.
주장 강아정도 콘서트 예매에 성공한 후 박지수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BTS 콘서트 예매에 성공한 순간과 우승한 순간 중 언제가 더 기쁘냐는 짓궂은 질문에 박지수는 망설임 없이 "왜 그러세요. 우승이 더 좋죠"라며 웃었다.
박지수는 "사실 초중고 때는 우승을 밥 먹듯이 했는데 프로에 오니까 한 경기 이기는 게 너무 힘들더라"며 "처음 왔을 때는 우승 언제 하나 싶었는데 세 시즌 만에 하니까 초중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다시 한번 환하게 웃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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