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방해 수사 비판적이던 바 법무, 특검의 결론 유보 토대로 면책 결론
사법방해, 입증 어렵지만 클린턴·닉슨 주요 탄핵추진 사유로 포함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결론을 두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바 법무장관이 임명 전부터 특검 수사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충성파'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엄호를 위해 무리하게 한발 더 나아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발단은 로버트 뮬러 특검이 제출한 수사보고서를 토대로 바 법무장관이 정리한 4쪽짜리 요약본이다.
바 법무장관은 러시아와의 공모 여부와 함께 특검 수사의 양대 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와 관련해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과 나는 특검 수사로 확보된 증거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죄 입증에 충분치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를 저질렀는지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무죄라고 밝히지도 않겠다고 했는데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죄를 밝히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어떤 범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를 위한 당국의 조사를 막으려 했다면 사법방해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로욜라로스쿨의 제시카 레빈슨 교수는 WP에 "이는 바 법무장관의 결론에 있어 가장 취약한 지점"이라며 "마사 스튜어트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는 2004년 내부정부를 이용한 증권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이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으나 관계자들끼리 입을 맞춰 당국의 조사를 막으려 한 사법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징역 5개월을 선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도 러시아와의 공모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공모 여부에 대한 특검 수사를 막으려는 사법방해까지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WP는 "바 법무장관이 내릴 필요가 없던 결정이었다"면서 "바 법무장관도 그냥 놔두면 됐다"고 지적했다.
바 법무장관의 결정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건 사실 법리적 배경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법무장관에 지명되기 전인 지난해 6월 법무부에 개인 의견서를 보내 특검의 사법방해 수사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게다가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성파'를 원한다고 공언한 가운데 기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전임자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은 특검 수사에 거리를 두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미움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바 법무장관이 무리한 결론을 내린 수사보고서 요약본을 의회에 제출, 트럼프 대통령의 '면책'에 앞장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사법방해죄는 증거 인멸과 증인 위협 같은 명백한 행위는 물론 당국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지연시키는 행위에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지만 입증이 쉬운 혐의는 아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을 탄핵 위기로 몰고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사법방해 혐의다.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하나가 사법방해 혐의였고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하야 전 탄핵 추진 사유 중에도 사법방해가 있었다.
2017년 7월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처음 발의한 탄핵소추안도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 의혹에 기반한 사법방해 혐의였다.
대통령에게 사법방해죄를 묻는 데는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법무부나 연방수사국(FBI)에 수사 중단을 요청하는 행위가 개인적 이해를 위한 부적절한 행위로 여겨질 수 있지만 대통령의 재량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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