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쓰레기더미 235곳·120만t 달해…악취·화재로 주민 불편 커
中 수입 중단이 원인, 매립·소각장·연료 재처리 확충에 어려움
[※편집자 주 = 최근 제주 압축 쓰레기 필리핀 반출로 국가 간 분쟁으로까지 치달았던 쓰레기 처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산 쓰레기 사태는 중간 업체의 농간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필리핀 정부와 환경단체가 현지 방송 등을 통해 이를 고발하면서 한국이 국제적망신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국내 각 자치단체의 쓰레기 야적 실상과 문제점 등을 진단하는 기획 기사 3꼭지를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대한민국 곳곳이 '쓰레기 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출이 막힌 데다 국내에서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 더미가 마치 산처럼 높게 쌓여가고 있다.
환경부가 집계한 전국 자치단체의 쓰레기 더미를 보면 235곳에 그 양이 자그마치 120만여t에 이른다.
절반(68만2천t)이 경기도에 있고 이어 경북(28만6천t), 전북(7만8천t), 전남(3만2천t), 인천(2만9천t), 강원(2만8천t) 순이다.
쌓여만 가는 폐기물이 제때 처리되지 않아 악취, 화재 등으로 인한 주민 불편이 커져만 간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의 한 폐기물 처리장에는 무려 17만3천여t의 거대한 폐기물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다.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들여온 이들 폐기물을 제때 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한 탓이다.
이 업체는 2008년 이 처리장에서 2천t 규모의 폐기물 처리 허가를 받았는데 현재 쌓여 있는 폐기물은 허가량의 8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의성군은 20여차례 행정조치와 고발 등 대응에 나섰으나, 업체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고 그 기간을 이용해 계속 폐기물을 들여와 쓰레기는 계속 늘어났다.
군은 사실상 업체의 폐기물처리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보고 행정대집행을 검토했지만 비용만도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CNN 방송이 지난 3일 의성 쓰레기 산을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이라며 집중적으로 보도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의성보다 더 거대한 규모의 쓰레기 산이 경기도 의정부에도 있다. 알루미늄 합판, 스테인리스 등 건설 폐기물의 규모가 26만2천t에 이른다.
1만1천㎡ 부지에 솟아오른 쓰레기 산이 4∼5곳이고, 최고 높이 15m의 산이 이어져 '능선'과 '골짜기'까지 이룬다.
이 쓰레기 더미는 20년 전인 1999년 폐기물 처리업체가 건설 폐기물을 쌓으면서 만들어졌다.
경관을 해치고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자 시는 이곳을 공원 부지로 지정하고 이전 명령에 이어 영업 허가 취소 처분까지 내렸지만 업체가 따르지 않아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다.
중국 대신 동남아로 수출을 시도했다가 항구에 그대로 방치된 폐기물도 있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가 반송돼 평택 당진항에 쌓여 있는 쓰레기는 1천200여t에 이른다.
평택시는 일부 쓰레기의 출처가 제주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주도와 처리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 평당항에도 필리핀으로의 수출이 거부된 쓰레기 3천360t이 그대로 보관돼 있다.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옷가지,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 가연성 소재가 대부분이어서 화재 위험까지 높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쓰레기 산 문제는 환경 오염문제를 직시한 중국이 2017년 플라스틱 수입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의 조치로 전 세계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고,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량이 90%나 급감했다.
수출길이 막히자 우리나라 쓰레기 처리의 취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매립 또는 소각, 연료 재처리 시설 등이 주민과의 갈등으로 확충 또는 가동을 못해 처리에 역부족인 상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포화 상태인 기존 매립장과 소각장을 늘려 3년 내 쓰레기 산을 모두 처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련 규제를 풀어 소각 처리량을 늘리고 폐플라스틱 등을 연료로 하는 고형폐기물(SRF) 시설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제주는 기존 매립장 4곳의 포화와 관련, 환경순환센터를 새로 건립할 계획이다.
또 광주시는 전남 나주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폐기물처리에 어려움을 겪자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의 증설 공사를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매립 또는 소각장 증설을 두고 환경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친환경적이라는 SRF 열병합발전소 같은 연료 재처리 시설도 주민 반대로 가동이 곳곳에서 중단되고 있다.
광주·전남 3개 권역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쓰레기를 난방 연료로 재활용하는 시설인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는 주민 소송 등으로 2년 가까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불법 폐기물 방치는 처리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갈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지역 주민에 큰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거나 방치해 부당이득을 보려는 불법 행위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쓰레기 산도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의 산물"이라며 "처리 시설의 확충도 필요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습관과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덕종 최해민 김효중 백나용 기자)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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