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공개 증언 "응당한 처벌 받아야"…내달 9일 선고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에게 검찰이 징역 8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26일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감독의 항소심 병합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구형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4년 3월 밀양연극촌에서 극단원 A씨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A씨가 극단원 신분이 아니라 업무나 고용 관계가 없었다는 이 전 감독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은 이 전 감독의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이 전 감독은 "모든 일이 연극을 하다 생긴 제 불찰"이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식하든 못하든 모든 불합리한 것들이 관행처럼 잠재돼 있던 것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노출되고, 제가 그 책임을 지게 된 입장"이라고도 했다.
또 "젊은 친구들을 좀 더 이해하지 못하고 인격적으로 대해주지 못하고 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변명하지 않겠다. 제가 지은 죄에 대해서 응당 대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변호인은 "연극인들에 의해 용인돼 왔다고 생각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며 중형 선고가 합리적인지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결심공판에 앞서는 이 전 감독의 추가 기소 사건의 피해자인 극단원 A씨가 법정에 나와 유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던 피해자 증인신문과 달리 이날 증언은 A씨 요청에 따라 공개로 진행됐다.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해온 A씨는 "제 무의식 속에는 요구를 거절하면 안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런 두려움과 공포는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결국 성폭력에 대한 기억조차 잊게 만들었다"고 힘겹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도 예술감독이 두렵고,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며 "저는 단 한 순간도 예술 감독에게 합의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예술감독이 제게 행했던 모든 요구와 행위들이 어떤 경우라도 해선 안 되는 것임을 인정받고 응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힘겹게 말을 맺었다.
이 전 감독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달 9일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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