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간섭과 규제 강화에 '멍드는' 인천경제특구

입력 2019-03-27 07:00  

지방의회의 간섭과 규제 강화에 '멍드는' 인천경제특구
시장·시의회 바뀌면 기존 개발 프로젝트 '리셋'
전문가 "땅장사식 접근 안 돼…외국 경쟁도시 사례 봐야"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정부가 글로벌 기업과 투자를 유치해 '국가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지정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투자 환경 악화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앞세워 외국 경제특구와 경쟁해야 할 경제자유구역이 인천시의 곳간을 채우는 '땅장사'로 전락하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2003년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 인천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는 지방선거를 통해 인천시장과 시의회 다수당이 바뀔 때마다 심한 부침을 반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2011년 바이오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토지 50년 무상 임대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송도 27만4천여㎡에 유치했다.
송 전 시장은 당시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삼성과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퀸타일즈의 합작투자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국내외 투자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적중했다.



송도국제도시에는 현재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동아쏘시오그룹을 비롯해 아지노모도, 존슨앤드존슨, GE헬스케어 등 30여개 바이오 기업·연구기관이 합작·단독투자 형태로 입주해 세계가 주목하는 클러스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유정복 전 시장도 송 전 시장의 기조를 이어 '송도를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등 해외 바이오클러스터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 바이오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도심 균형 발전'을 슬로건으로 내건 민주당 박남춘 시장이 당선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인천시는 사업 확대를 위해 송도 기업 용지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인천지역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 오면 땅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유 전 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해 3월 인천시가 연세대와 체결한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및 사이언스파크' 조성사업도 이번 시의회가 특혜 논란을 다시 제기해 토지 공급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3천2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송도에는 아직 종합병원이 없다.
전임 시장 시절인 지난해 4월 인천시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청라국제도시 'G시티' 프로젝트는 박 시장 취임 이후 재검토 과정에서 대규모 생활숙박시설 문제 등으로 제동이 걸려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지방선거로 민주당이 절대의석(전체 37석 중 34석)을 차지한 인천시의회는 삼성바이오 유치와 연세대 송도캠퍼스 사업을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고 있다.
시의회는 시민 재산(송도땅)을 조성원가보다 싸거나 무상으로 민간사업자에게 넘기는 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최근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가 토지를 민간사업자에게 조성원가 이하나 무상으로 공급하는 협약을 체결하기 전 시의회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인천시의회는 2007년에도 이번과 유사한 조례를 제정해 행정과 투자자들에게 큰 혼선을 초래했다가 2009년 대법원으로부터 상위법에 위배돼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전국 7곳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 개발은 국가위임사무인데 국가사무에 대해 지방의회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게 위법하다는 것이다.



현재도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 여부는 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투자 유치 전문가들은 시의회가 위법 논란에도 조례 개정을 강행해 시행되면 외국인 투자와 국내 대기업 유치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지적한다.
올해 1월부터 외국인 투자에 지원하던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이 폐지된 상황에서 조성원가 이하로 용지를 공급할 수 있는 인센티브마저 사라지면 외국 경제특구들과 싸울 무기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경쟁하는 유수의 아시아 경제특구들과 격차가 더 벌어져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바이오제약 기업에 최대 1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거나 40년간 기본 법인세율(17%)보다 낮은 5∼15%의 법인세율을 제시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7일 "중국과 베트남, 터키 등 신흥국들이 과감한 세제·토지 인센티브를 내걸고 글로벌 기업들을 경제특구로 유치하는 사례에서 보듯 토지가격을 따지는 경직된 자세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없다"며 "단순한 땅장사식 접근보다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유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세수 증대와 일자리 창출, 도시·국가이미지 제고 등의 다양한 기대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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