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살겠나"…길거리 등 공공장소 묻지마 범죄 빈발

입력 2019-03-27 05:58   수정 2019-03-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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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살겠나"…길거리 등 공공장소 묻지마 범죄 빈발
예측 불가 다중이용시설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 상대로 범죄
정신병력 관련 살인사건·사회 불만 우발적 범죄 해마다 증가



(전국종합=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한 남성이 커피숍을 두리번거릴 때부터 의심스러웠는데 결국 한 여성이 다쳤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을 목격한 여성은 그날 밤 악몽으로 잠을 설쳤다.
그는 "커피숍 2층에 30여명이 있었고 한 남성이 계속 자리를 옮겨 불안했는데 결국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같은 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초등학교 인근 부동산중개소에서 5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업주를 위협하고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하루 사이 묻지마 흉기 난동이 서울과 부산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최근 공공장소에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묻지마 흉기 난동이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낮 인천 길거리에서 50대 조현병 환자가 60대 남성과 30대 여성을 흉기로 잇따라 찌르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달 오전 인천시 강화군 한 캠핑장에서는 20대 남성이 흉기로 또래 남성을 흉기로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6월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 B씨가 포항 남구 오천읍 한 약국에서 난동을 부리며 50대 약사와 30대 여성 종업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종업원은 끝내 숨졌고 함께 있었던 약사도 크게 다쳤다.
약사는 사건 후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범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공통점은 피의자들이 정신병력이 있거나 병이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범죄 분석에 따르면 살인 범행 당시 정신장애가 있는 비율은 2015년 7.5%, 2016년 7.9%, 2017년 8.5%로 늘고 있다.
부산대학병원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같은 경우 일시적으로 환각이나 망상 증상을 보여 남을 헤치지 않으면 자신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 사회 부적응자나 불만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살인사건에서 사회 불만이 표출돼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5년 37.7%, 2016년 38.8%, 2017년은 41.9%를 차지했다.
사회 불만과 더불어 성별·이념·계층·세대 간 갈등이 묻지마 범죄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에 부적응하거나 본인 실패를 사회 부조리 탓으로 돌리는 사람일수록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불만으로 특정 성별과 계층을 노렸을 수도 있는데 추후 수사기관이 이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병력이 있더라도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것 자체로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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