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시각장애인의 '호소'에 게임 개발사가 이틀만에 '응답'했다

입력 2019-03-27 14:03  

[인턴액티브] 시각장애인의 '호소'에 게임 개발사가 이틀만에 '응답'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예림 인턴기자 = "보이스오버(시각장애인을 위해 글자를 읽어주는 기능) 접근성을 조금만 고려해주세요"('게임을 좋아하는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소중한 의견에 대해 회의한 끝에 시각 장애인분들이 편하게 게임을 즐기실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반지하 게임즈'의 백승민 개발자)
지난 1월 중순 '서울 2033'라는 게임의 앱스토어 후기 페이지에 자신을 '게임을 좋아하는 시각 장애인'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글을 올렸다. '서울 2033'은 원인 모를 핵폭발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가족을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서는 내용으로, 구글플레이 유료 게임 다운로드 순위 2위를 기록한 게임.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소리 효과 없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글을 올린 이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거의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이 게임은 텍스트 기반이라 매우 즐겁게 하고 있다"며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기능을 이용해 게임을 하는데, 게임 진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글자를 보이스오버가 읽어주지만, 캐릭터의 '체력', '돈' 등 몇 가지 항목은 읽어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글자를 읽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쓰는데 게임에서 일부 글자는 텍스트가 아닌 사진 파일로 구성돼 있어서 보이스오버가 제대로 글자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진입니다'라고 읽어주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서울 2033' 개발사 '반지하 게임즈'는 이용자의 의견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백승민 개발자는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답글을 달아 "이용자의 소중한 의견에 대해 회의한 끝에 시각 장애인분들이 편하게 게임을 즐기실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저희가 경험이 부족해 이용자님의 의견을 더 자세히 듣고 반영하고 싶으니 메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2달 뒤인 이달 초 시각 장애인 이용자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지난 9일 그가 요청한 사항이 모두 개선돼 게임에 반영된 것이다.
'반지하 게임즈'의 백승민 개발자는 지난 16일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연합뉴스 기자에게 "후기를 남겨준 시각 장애인분께서 불편한 사항을 상세하게 정리해 메일을 보내주셨다"며 "그 의견을 참고해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은 빠르게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꼭 필요한 기능은 아니지만 시각 장애인분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요소를 추가로 바꾸기로 했다"며 "2차 개선 작업은 한 달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지하 게임즈에 따르면 게임 기획 단계부터 시각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멋진 그래픽 등 시각적인 요소 없이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제작된 게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각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게 글자를 읽어주는 기능을 게임 앱에 추가하자'는 의견이 모였다는 것. 그러나 개발자가 1명뿐인 인디 게임 회사로선 기능을 구현하는 데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서 무산되고 말았다.
반지하 게임즈 이유원 기획자는 "휴대전화에 있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활용해 시각 장애인분들이 우리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바로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고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서울 2033' 개발사에서 시각 장애인 접근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서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에서 시각 장애인의 게임 이용을 위해 노력한다는 평을 봤다"며 "앞으로도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접근하기 편한 게임을 위해 많은 노력 부탁드린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광고제거 버전도 구매하겠다"고 격려했다.
반지하 게임즈의 디자인 담당 정윤지씨는 "'글씨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반영해서 연세가 많은 아버지 또래에게도 게임을 추천하고 싶다"면서 "다양한 이용자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yellowyer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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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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