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 "구마모토 지진 논문 도표 조작"…日학계 잇단 논문 스캔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명문 국립대 교수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조작되고 다른 논문의 데이터를 도용한 사실이 대학 당국에 의해 밝혀졌다.
27일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교토(京都)대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학 이학(理學)연구소 린 아이메이(林愛明) 교수(지진지질학)가 지난 2016년 10월 국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구마모토(熊本)지진 관련 논문에 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교토대는 논문의 결론을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6개의 도표 중 4개에서 조작과 도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교토대는 "방재과학기술연구소와 도쿄(東京)대 연구자가 만든 도표를 조작하거나 부정확하게 인용했다"며 "연구자로서 분별했어야 할 기본적인 주의사항에 현저히 위반되는 행위로 인한 조작, 도용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교토대는 린 교수에게 논문의 철회를 권고하는 한편, 추후 징계 등의 처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이 대학은 "자체 조사위원회가 (조작과 도용에 대해)고의였다고 판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해당 논문은 구마모토 지진(2016년 4월 발생)으로 나타난 땅의 균열 등을 조사한 결과 아소(阿蘇)산 지하의 마그마가 단층 파괴의 진행을 막았다면서 아소산의 칼데라(화산 폭발로 분화구 주변이 함몰돼 웅덩이가 생긴 둥근 분지)에서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교토대는 지난 2017년 8월 '논문의 도표에 간과할 수 없는 다수의 잘못이 있고 일부 데이터의 부정 사용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그동안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대학측의 발표에 대해 린 교수는 "도표가 잘못됐지만 나중에 고치려고 했다.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일본 학계에서는 지난 수년 사이 잇따라 논문 부정 사례가 밝혀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오사카(大阪)대 역시 지난 15일 이 대학 연구팀이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과 구마모토 지진 관련 데이터를 측정해 작성한 논문에 날조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도쿄대의 경우 지난 2014년 논문 자료 조작 문제가 불거져 33편 논문 관련 11명의 부정행위자가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2017년 8월 다시 이 대학 분자세포생물학연구소의 와타나베 요시노리(渡邊嘉典) 교수 등이 세포분열 관련 염색체 활동에 대한 연구 등을 정리한 논문 5편이 실험을 실제로 하지 않고 데이터를 날조해 그래프를 작성하거나 영상의 선명도를 가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에 새로 논문 부정 사례가 드러난 교토대에서는 작년 1월 iPS(만능줄기세포)연구소의 연구자가 도표 17곳에서 자신의 주장에 맞도록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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