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첨단무기를 재래식으로 운용…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무기 만든 엔지니어가 정비하게 민간·군 시스템 통합해야"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우리 군(軍)이 값비싼 첨단무기를 재래식으로 운용해 심각한 정비예산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해·공군의 정비예산은 2015년에 1조7천724억원에서 2016년에 2조5772억원으로 상승했고, 올해는 3조1천427억원으로 불과 4년 만에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게다가 향후 5년간의 군사력 건설 및 운용 방향이 담긴 청사진인 '2019~2023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육·해·공군의 정비예산은 2022년 3조8천117억원, 2023년 4조741억으로 더 증가하게 된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밑 빠진 독, 구닥다리 군대'라는 제목의 글에서 군 정비예산의 급증 원인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군 정비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육군의 K-9 자주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품 무기라고 한다. 세계 최고 성능의 자주포라고 자랑하지만 놀랍게도 컴퓨터는 도스(DOS) 환경"이라며 "육군은 40만원짜리 컴퓨터에도 장착되는 윈도우 시스템을 40억원이 넘는 고가 무기에 장착하지 않은 채 원시적으로 사용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왜 그럴까? 육군의 정비교범에 그렇게 쓰여 있기 때문"이라며 "더 황당한 건 도스 운용체제는 운영비가 더 든다는 것이다. 고장 나면 고칠 길도 막막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현재 군에서 가장 많이 운용하는 헬리콥터인 UH-60(블랙호크)에 대해서는 "100억원이 넘는 이 헬기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며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전자지도를 띄워놓고 조종사가 계기판과 휴대전화를 번갈아 보는 해괴한 조종기술이 등장했다. 이 역시 책(교범)에 그렇게 쓰여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군 진해 정비창에선 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며 "업체가 함정에 엔진을 장착하는 공정은 평균 40시간이다. 하루 8시간 작업해도 5일이면 끝난다. (그러나) 해군 정비창에선 4주가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그럴까? 교범에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작업을 느리게 해야 전문성이 없는 정비창 간부들의 연간 일거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참으로 우리 군이 이상한 것은 고성능의 핵심 무기를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재래식으로 써먹는다는 점"이라며 "장비 가동률이 형편없이 낮아져 전투력 발휘도 제한되고, 연간 수천억원이 낭비되는데도 누구 하나 개선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장비의 가동률을 높이려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군 정비창이라도 더 확대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예산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해결책은 있다. 무기를 만들어 본 엔지니어가 정비하도록 민간과 군의 시스템을 통합하면 된다"며 "조립해본 사람이 해체도 해야 한다. 무기를 만든 숙련된 엔지니어는 업체에서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는데, 한 번도 조립해본 적 없는 비전문가를 단 몇 주 교육해 해체하라고 하니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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