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큰 산', '조직' 언급하며 처음부터 민주당 컷오프 과정 영향력 암시"
사기범 "'손잡아달라' 정치인이 으레 하는 말로 생각" 공천대가성 부인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장현(70) 전 광주시장의 재판에서 공천 대가성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27일 광주지법 형사12부 정재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윤 전 시장과 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범 김모(51)씨의 공판에서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2017년 12월 22일 김씨와 통화에서 "광주에 여러 명 출마가 예상되고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여사님께서 손잡아주시고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했다.
김씨가 이 통화에서 재선을 도울 것처럼 암시해 윤 시장이 공천 대가로 거액을 빌려주고 자녀 취업을 알선하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씨가 윤 전 시장과 통화하며 쓴 메모에 '제가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쓴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김씨는 "윤 전 시장이 용도를 물어보면 조직 운영자금이라고 말하려고 미리 써놨지만 곧바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해 말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 윤 전 시장이 당연히 당선될 것이라 생각해 '큰 산'이 경선 컷오프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손 잡아달라'는 말도 정치인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고 부인했다.
김씨는 돈과 자녀들의 취업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재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윤 시장은 '살피고 있다'는 취지로 줄곧 답변하다가 같은 해 1월 말 '손잡아주시길 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씨는 '이용섭은 주저앉힌 것 같다. 큰 산은 넘은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 생신 때 조우했다'는 등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3월 26일 김씨에게 '3월 29일 출마 선언을 하려 한다. 여사님께 먼저 고하고 가능한 도움을 청드린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출마 선언 직후 당의 '컷오프' 방식을 설명하며 '추(미애) 대표 스타일상 우호적 접근이 어렵다. 여사님께서 풀어주시길 간청드린다'고 하는 등 윤 전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지난해 4월 4일까지 꾸준히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씨는 윤 전 시장 변호인의 증인신문에서도 "윤 전 시장이 지난해 3월 컷오프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 조직을 이용해 도와달라는 등의 부탁을 직접 한 사실은 한 번도 없다"며 공천헌금을 암시할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윤 전 시장은 "법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짧게 남기고 법정에 들어섰으며 재판이 끝난 후에도 "성실히 임했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윤 전 시장은 김씨의 요구를 받고 당내 공천에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2017년 12월 26일부터 지난해 1월 31일까지 4억5천만원을 송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김씨는 자신을 권양숙 여사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기거나 지방 유력인사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혐의(사기, 사기미수, 공직선거법 위반)다.
김씨는 윤 전 시장의 돈을 갚아야 할 시기가 다가오자 전직 국회의원과 전직 군수, 현직 시장, 사립학교 관계자 등 4명에게 문 대통령 등을 사칭한 메시지를 보내 사기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검찰은 이들과 광주시 산하기관·사립학교 관계자 등 5명도 부정 채용 청탁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로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사건을 일정 기간 내에 선고해야 하고 이미 공직선거법 사건 진행이 많이 된 점 등을 이유로 업무방해 사건과 선거법 사건을 병합하지 않고 별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윤 전 시장과 김씨의 선거법 사건 다음 재판은 오는 10일 오전 11시 20분에 열린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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