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슨이 쓴 평전 '레오나르도 다빈치'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인류사에서 최고의 천재를 꼽으라면 단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떠오른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 사람이지만 수백 년을 앞서가는 선견지명과 혜안을 보였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묻고 답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신이 아닐까 의심케 하는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 의학, 치과학, 해부학, 고고학, 항공역학 등에서 시대를 앞선 발견과 발명을 해냈고, '모나리자' 같은 세기의 명화를 통해 천재 예술가의 면모도 보였다. 그림을 그리면서 원근법과 해부학 분야에서 세계에 길이 남을 진전을 이루기도 했다.
팔방미인이라는 말로는 모자랄 만큼 모든 것을 잘하면서도, 적당히 잘 한 게 아니라 최고의 결과를 남겼다.
여기까지만 봐도 질투가 날 지경인데, 심지어 다빈치는 모두가 반할 외모를 지닌 미남에다 식스팩이 뚜렷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고 성격마저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았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다른 사람들과 나눌 줄도 알았다. 그래서 당대에도 모든 이가 좋아하고 친구까지 많았던 요즘 젊은이들 은어로 '핫인싸(인기 많은 인사이더)'였다.
다만 신은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에게도 아픔이 없지는 않았다. 사생아로 태어났고 동성애자였다. 이성적 사고를 중시하다 보니 종교적으로는 이단으로 몰릴 때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아르테 펴냄)는 이런 완벽남 천재의 생애를 담은 평전이다. 마침 올해는 다빈치 타계 500주기가 되는 해다.
다빈치의 생애는 이미 잘 알려졌고, 그의 삶을 다룬 책도 지금까지 무수하게 많이 나왔기에 이제 와서 무슨 전기를 펴내느냐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다빈치의 '천재성'보다 '인간 다빈치'에 주목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 다빈치의 천재성만 부각할 경우 오히려 그에게서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다빈치의 인간적인 면을 깊이 들여다볼 때 다빈치의 천재성이 더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다빈치는 절대 처음부터 특별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다빈치가 끊임없는 호기심과 노력을 통해 위대한 천재의 반열에 올랐음을 책 전반을 통해 반복적으로 역설한다. 선입견 없는 '아기 같은 눈'을 통해 진리에 접근한 혁신 아이콘임을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7천2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노트에서 인간 다빈치의 집념을 발견하려 애쓴다. 다빈치는 비싼 종이를 아끼려 한 듯 쪽마다 최대한 많은 내용을 빼곡히 담았고 다양한 분야 지식을 두서없이 섞어 놓았다. 이런 작업을 통해 다빈치는 과학과 예술, 철학 등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 체계를 강화하는 이른바 '통섭'의 진수를 보여준다.
다빈치는 노트에 "딱따구리의 혀를 묘사하라"는 명령어도 남겼다. 물론 자신에게 한 명령이다. 누가 딱따구리 혀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관심이 있을까. 그만큼 다빈치는 순수하고 끝없는 호기심으로 진리를 추구한 구도자의 표상이었다.
저자 아이작슨은 추종해온 다빈치처럼 매 순간 일상을 관찰하고 자문하려고 노력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시사주간지 타임 편집장, CNN 최고경영자를 지낸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고 현재 툴레인대학 역사학과 교수다.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 키신저 등에 대한 전기를 써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거액을 주고 다빈치 노트를 사서 소장할 만큼 '다빈치 팬'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추천사에서 "수년간 레오나르도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다양한 인생과 작품 측면을 이처럼 모두 만족스럽게 조명한 책은 이제껏 없었다"고 말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지난 10년간 읽은 책 가운데 최고"라고 말했다.
신봉아 옮김. 720쪽. 5만5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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