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60년 봉사한 에수 수녀, 교황 손에 입맞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25일 이탈리아 동부 로레토 성지 방문 당시 신자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반지에 입을 맞추려 할 때마다 손을 재빨리 뒤로 빼는 동작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입방아에 오르내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에는 반지 입맞춤을 기꺼이 허용했다.
27일(현지시간) 바티칸 라디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수녀와 사제들이 교황의 오른쪽 손에 끼고 있는 반지에 입을 맞추는 광경이 목격됐다.
이날 교황의 반지에 입맞춤한 사람들 가운데는 85세의 이탈리아 수녀 겸 산파인 마리아 콘체타 에수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60년 넘게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일하면서 아기 3천여 명을 받아낸 인물이다.
교황과 에수 수녀는 2015년 11월 교황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를 방문했을 때 현지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 에수 수녀는 당시 콩고에서 뗏목을 타고 중앙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에수 수녀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기려 메달을 수여하면서 "이것은 생명과 어린이, 여성, 가족들을 위해 당신이 아프리카 형제 자매들 사이에서 행한 모든 일에 대한 우리의 애정과 감사의 표시"라고 치하했다.
사르데냐 출신의 에수 수녀는 이에 대한 답례로 교황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반지를 낀 그의 손에 입을 맞췄다.
호주 브리스번 대교구의 마크 콜리지 대주교는 이 모습을 본 뒤 "에수 수녀가 교황의 반지에 키스를 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 장면은 이틀 전 교황이 로레토 성지에서 보인 모습과 대비되며 관심을 끌었다.
교황은 로레토에서는 신도들이 긴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자신에게 다가와 반지에 입을 맞추려 할 때마다 반지를 낀 오른손을 재빨리 뒤로 빼는 동작을 하는 것으로 비쳤고, 이에 보수 가톨릭계는 "전통을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교황의 전기 작가인 오스틴 아이버레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도들이 자신을 성스러운 존재로 취급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며 "그는 로마 황제가 아닌 교황"이라고 두둔했다.
[로이터 제공]
예수회의 러셀 폴리트 수사도 "군주제의 유산인 '반지 입맞춤'을 멈출 때가 됐다"며 "이건 그저 터무니없는 것이며, (가톨릭) 전통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황의 반지는 어부 출신의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에게서 전해져 내려와 보통 '어부의 반지'로 불린다.
각각의 교황은 즉위 후 자신만의 반지를 갖게 되는데, 금으로 도금된 은반지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지는 성베드로 사도가 교황청 열쇠를 들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의 반지는 재위 기간이 끝나면 임기가 마무리됐음을 나타내기 위해 공식적으로 파쇄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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