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득표율 유지 여부·수도 승패에 이목…위기 감지되면 여당 내분 가능성
쿠르드계 다수 남동부 결과에도 관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오는 31일 치러지는 터키 지방선거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주' 유지 시험대로 안팎의 관심을 끈다.
이번 선거는 터키가 대통령중심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사법부에 걸쳐 강력한 권한을 틀어쥔 후 첫 지방선거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마찬가지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과 극우 성향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여권 연대,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과 우파 '좋은당'(IYI)의 야권 연대, 쿠르드 등 소수 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의 3파전으로 전개됐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대체로 여권의 승리를 점친다.
주목할 부분은 단체장 점유율 또는 득표율면에서 여권 연대가 얼마나 여유 있게 승리하느냐다.
작년 6월 대선에서 에르도안 후보는 MHP와 선거연대를 통해 52.5%를 득표했다.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또는 점유율이 작년 대선 득표율을 넘어선다면 당분간 에르도안 대통령의 '술탄 대통령' 체제가 더욱 견고해지고 장악력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개헌으로 30년 이상 초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놨다.
고물가 등 경제난에 대한 책임론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의 입지는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반면 여권연대의 득표율이 대선 때에 못 미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 독주 체제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특히 이목이 쏠린 지역은 수도 앙카라다.
28일(현지시간) 현재까지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CHP 소속 만수르 야바시가 AKP 후보를 3∼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여권 연대가 득표율 50%에 미달하고 앙카라에서도 패배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여권 분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주와 과도한 이슬람주의 행보에 불만을 품은 잠재적 경쟁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민심 이반과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면 그와 결별하고 신당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이 지역 일꾼 선택이 아니라 '에르도안 찬반 투표'나 정권 중간평가로 규정되는 이유다.
에르도안도 이러한 구도를 의식, 지방선거전(戰)에 전력을 기울이며, 시장 개입 비판을 무릅쓰고 환율과 물가 관리에 각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달 25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동부 무슈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이 걸린 투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목 포인트는 남부와 남동부의 쿠르드 다수 지역에서 HDP 후보가 얼마나 당선될지다.
터키 정부는 디야르바크르, 가지안테프, 툰젤리, 반, 학카리, 시이르트 등에서 HDP 소속 또는 연대 단체장 약 100명을 '테러조직 연계' 혐의를 적용해 사임시키고 관선 단체장을 임명했다.
테러조직이란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가리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로 선출된 단체장도 테러 연계 혐의가 드러나면 해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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