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산지 산둥성, 돼지 사육량 1년 전보다 23% 급감
허난성도 돼지고기 가격 60% 급등…소비자물가지수에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에서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ASF)으로 돼지 사육이 줄어들면서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인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돼지 생산 지역 가운데 한 곳인 산둥(山東)성 당국은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지난해 8월 이후 돼지 사육량이 급감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산둥성 당국에 따르면 산둥성의 대규모 돼지 농장 1천100여곳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2월 돼지 사육량이 작년 2월보다 23.2%, ASF 발생 직전인 작년 7월과 비교하면 18.8%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3개 주요 돼지 농장의 종축(種畜)용 돼지 사육량은 작년 7월과 비교하면 41.2%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둥성의 지난 2월 돼지 출하량도 작년 10월 대비 33%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가격 급등에 따른 돼지 파동이 발생하고, 중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돼지는 중국인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국민 육류'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시장이다.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증권의 쉬가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올해 말에 분명한 돼지고기 부족 사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면서 "올 2분기 말에 소비자물가지수가 약 3% 상승하고,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을 포함한 인플레이션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돼지 주요 산지인 허난(河南)성과 랴오닝(遼寧)성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허난성의 돼지고기 산지 가격은 1년 전보다 60%가량 급등한 1㎏당 16위안(약 2천700원)에 달한다.
돼지 3천여 마리를 사육하는 팡신룬 씨는 돼지고기 가격이 올해 말에는 1㎏당 20위안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허난성의 경우 돼지 농장의 70% 이상이 문을 닫았다"면서 "특히 중소 규모 농장의 피해가 심하다"고 말했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작년 8월 이후 지난주까지 중국에서 총 114건의 ASF가 발생했고, 총 95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위캉전(于康震)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차관)은 지난 20일 ASF 발생 사례가 최근 급감했다면서 ASF 발생 억제 과정에서 '잠정적인 승리'를 했다고 선언했지만, 축산업계에서는 ASF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다.
중국 농업농촌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8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ASF 발생 사례가 보고된 뒤 지난 20일까지 ASF는 총 113건이 발생했으며, 감염된 지역 105곳에 대한 차단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ASF 발생 건수는 2018년 11월 25건, 같은 해 12월 21건에서 올해는 1월 5건, 2월 7건, 3월 2건 등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농업농촌부는 밝혔다.
아울러 농업농촌부는 ASF에 걸린 돼지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5월 1일부터 모든 도축장을 대상으로 안전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공식적인 ASF 발생 사례가 급감한 것은 중국 농업 당국이 ASF를 효과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방 정부 차원에서 보고 자체를 하지 않은데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중국 당국이 ASF 공포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보도 통제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지만 구제역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당초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1960년대 서유럽으로 퍼진 뒤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동유럽에 전파된 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에서 발생해 베트남까지 번졌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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