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부장판사 "법관 76명 비위통고 위법"…검찰 "자기방어"

입력 2019-03-28 10:56  

고법 부장판사 "법관 76명 비위통고 위법"…검찰 "자기방어"
김시철 판사 "수사종료 전 자료 유출도 위법"…검찰 "예단 형성, 대단히 부당"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관련해 법관 76명의 명단과 이들의 비위 관련 사실을 법원에 보낸 데 대해 서울고등법원의 현직 부장판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시철(54·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전날 서울고법 판사들에게 '검찰의 2019.3.5. 통고행위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적 검토'란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 5일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 66명의 비위 관련 수사자료와 현직 판사 10명에 관한 참고자료를 대법원에 보냈다.
김 부장판사 역시 76명의 통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통보 내용 등을 종합 검토해 추가 징계 청구 범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글에서 "일부 언론이 검찰 통고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지만, 대법원에서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 보도를 했지만, 통고행위가 정당하다는 전제 자체가 법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76명의 법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는지 불분명하고, 검찰은 다른 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종료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통고행위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법관을 단순히 참고인으로 조사했을 경우 이를 소속기관에 통고할 법적 근거가 없고, 법관을 피의자로 입건한 경우에도 수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법관에 대해 소속기관에 통고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국가기관이 법적 근거나 권한이 없는 영역에 관해 행한 행정작용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직 수사를 종료하지 않아 내부적으로도 정리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수사기관이 외부기관인 대법원에 통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수사를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자료를 대법원에 넘긴 것에 대해선 "직무상 비밀을 외부에 누설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공무상 비밀 누설죄'가 적용될 수도 있단 주장도 폈다.
검찰이 생성한 수사자료가 편향됐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자료는 수십만 쪽에 이르는데 통보 자료에 첨부된 것은 700여쪽에 불과하다.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자료만 선별해 대법원에 통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위법성이 명백한 자료 통고를 토대로 해당 법관의 징계 여부 등에 관해 조사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며 "대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을 맺었다.
이에 검찰 측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법농단 사건의 2심 재판을 담당할 서울고법 판사들에게 예단을 주고 공적 지위를 자기방어에 활용하는 것이어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이 수사를 의뢰한 사안인 만큼 수사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일괄 통보했다. 법원 내부 징계절차가 통보 내용에 기속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메일 논리대로라면 전자법정 입찰비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수사의뢰도 공무상비밀누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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