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임박 터키 리라 방어 '임시방편'에 금융시장 요동

입력 2019-03-28 18:16  

선거 임박 터키 리라 방어 '임시방편'에 금융시장 요동
외국 자본, 유동성 고갈에 주식·채권 처분…증시·채권시장 '출렁'
"단기효과 있지만 신뢰에 결정타"…리라화도 다시 급락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선거를 앞두고 리라를 방어하려는 터키 당국의 '단기' 처방에 터키 금융시장이 며칠째 출렁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거래소의 벤치마크 지수인 BIST 100 지수는 5.67% 급락했다.
올라갈수록 채권 부도 위험이 커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는 5년물의 경우 일주일 만에 100bp(1%포인트) 급등했다.
28일 BIST 100 지수는 정오께 전날 종가보다 0.7%가량 하락한 91,000선에서 움직였다.
터키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의 불안은 외국 투자자들이 매수·매도 포지션 해소나 캐리트레이드(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기법)를 정리하는 데 필요한 리라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막혀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상은 이달 22일 리라화 급락 후 터키 중앙은행이 리라 투매와 패닉을 막고자 임시방편으로 역외(런던) 시장에 리라 유동성 공급을 사실상 차단하는 등 외국 자본에 리라 돈줄을 묶은 탓이다.
터키 당국은 적어도 오는 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외국 투자자를 상대로 은행의 리라 유동성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런던 시장에서 리라에 대한 오버나이트 스와프레이트(스와프금리)는 역대 최고치인 1,200%로 치솟아, 사실상 거래 불능 상태를 나타냈다.
터키 당국의 단기 처방은 외국 자본이 리라 약세에 투자하는(매도 포지션) 거래를 차단해 25∼27일에 리라 가치를 지난달 말 수준으로 크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시장은 투자자의 정상적 거래를 막는 이러한 임시방편은 결국 시장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더 심각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계 다이와 SB 인베스트먼트의 펀드 매니저들은 터키 투자를 재검토하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런던 소재 인베스테크 뱅크의 트레이더 줄리언 리머는 "21년간 이런 당국 조처는 처음 봤다"면서 "정치적인 임시 조처가 장기적인 실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의 불신이 커지면 리라 방어 약발도 단기간에 소멸할 수 있다.
28일 정오께 리라화는 1미달러 당 5.5리라선에 거래되며 전날보다 4% 가까이 가치가 급락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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