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양 참사 피해자 설문·심층조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 지진(규모 5.4)과 그해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피해자 중 20∼30%는 극단적 선택을 고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시도한 피해자들도 있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회는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과 함께 2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15일∼12월 20일 포항지진 피해자 40명과 제천화재 피해자 30명을 대상으로 경제·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피해, 구호 지원에 관해 설문·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 중 포항지진 피해자 82.5%는 지진 이후 불안 증세를 새롭게 겪었다. 불면증과 우울 증상을 겪는다는 이들도 각각 55%와 42.5% 수준이었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경우 사고를 겪으면서 73%가 불면증을 새로 앓았다. 이들은 우울(53.3%)과 불안(50%)도 호소했다.
정신·심리적으로 피폐해지면서 포항지진 피해자 47.5%, 제천화재 피해자 31%가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지진 이후 슬픔이나 절망감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0%에 달했다.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응답은 16.1%, 실제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응답은 10%로 나타났다.
제천화재 피해자 중 76.7%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에 관한 응답률은 각각 36.7%, 6.7%였다.
이들 사고의 피해자들은 정신은 물론 신체적으로도 건강이 악화했다.
포항지진 이후 건강상태 변화를 묻는 말에 '나빠졌다'는 응답이 42.5%, '매우 나빠졌다'는 응답이 37.5%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제천화재 피해자의 경우 '나빠졌다'가 43.3%, '매우 나빠졌다'가 13.3%였다.
두 사고 피해자 모두 '좋아졌다'나 '매우 좋아졌다'는 응답은 없었다.
포항지진 피해자의 67.5%, 제천화재 피해자의 83.3%가 참사 이후 새로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새 질환의 종류(중복 포함)는 소화기계(위염·위궤양·소화불량), 신경계(만성두통) 등 10여종에 이른다.
재난 이후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만성두통(포항지진 피해자 32.5%·제천화재 피해자 33.3%), 소화기계 질환(포항지진 피해자 20%·제천화재 피해자 33.3%)인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 기반이 무너지면서 가계의 경제 상황도 나빠졌다.
가구 총자산의 경우 포항지진 피해자는 34.1%, 제천화재 피해자는 39.2%가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가구 지출액은 포항지진 피해자 28.1%, 제천화재 피해자 37.9%가 늘었다.
이들은 필요한 지원인데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포항지진 피해자는 생활안정지원(54.3%), 조세·보험료·통신비지원(42.5%), 일상생활지원(41.7%)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필요한 지원으로 구호 및 복구 정보 제공(33.3%), 생활안정지원(24.1%), 일상생활지원(24.1%)으로 답했다.
포항지진 피해자는 국가의 진상 조사 노력에 대해 80.5%가 부정적 의견을 냈다. 제천화재 피해자들은 '피해 주민의 욕구를 반영한 지원 상황'에 대해 비슷한 수준으로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재난 피해자들이 경제·정신·신체 등 복합적인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피해지원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 독립적 재난 원인 및 대응과정 조사단의 상설기구화 ▲ 피해지원 재정 확충을 위한 (가칭)국민재난복구기금 신설 ▲ 재난지원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 ▲ 의료 및 심리지원의 한시성 문제 개선 ▲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우선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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