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수사국장, 靑 불려갔다 온 뒤 김학의 내사 주저"

입력 2019-03-29 11:06   수정 2019-03-29 17:46

"경찰청 수사국장, 靑 불려갔다 온 뒤 김학의 내사 주저"
이세민 당시 수사기획관 증언…"어딘가로부터 무언의 압력"
"수사국장 호출 '인사권자'는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 추정"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013년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을 수사할 당시 경찰청 최고 수사책임자였던 수사국장(치안감)이 청와대 수석급의 호출을 받았고, 이후 수사에 매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이던 이세민 전 경무관은 29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3월18일 내사 착수 브리핑 전 2∼3일 사이에 국장(김학배 당시 수사국장)과 논의해 (내사를) 시작해야 했는데, 논의할 당시 이분의 스탠스는 굉장히 미온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전 경무관은 수사기획관으로 보직발령된 지 4개월여 만인 그해 4월15일 경찰청 부속기관으로 전보됐다가 이후 본청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치안감 승진에도 실패한 채 퇴직했다. 이를 두고 김 전 차관 사건 수사에 따른 인사보복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지난 28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출석해 당시 사건 초기 청와대에서 경찰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관해 진술했다.
이 전 경무관은 "김학배 국장은 이걸(내사) 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며 "그걸 저와 관계자들이 가서 설득 끝에 시작하게 된 것이어서 '이분이 어딘가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수사국장이 당시 내사 착수를 주저한 이유를 스스로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고 이 전 경무관은 전했다.
이 전 경무관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그에 앞서 경찰이 성접대 의혹 관련 첩보를 확인하던 3월 초 청와대 수석급으로 추정되는 '인사권자' 호출을 받고 청와대로 들어가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이후 본청으로 돌아와 곤혹스러워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 전 경무관은 "(김 전 국장은) 평소 그런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분은 아니다"라며 "그런 사람이 '호출받고 가서 묻기에 보고했다'고 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당혹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 전 국장을 호출한 '인사권자'를 두고 "분명하지는 않은데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으로 추정한다"며 "그 이유는 진상조사단에서 다 진술했다"고 했다.

이 전 경무관은 곽 전 수석 등 당시 민정수석실 책임자들이 "경찰이 허위보고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구두, 전화, 서면보고, 대면보고 등을 당시 국장과 과장이 여러 차례 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인사검증은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과 경찰 정보 쪽에 지시하면 세평과 여론 등을 스크린해 청와대로 보내고, 청와대에서는 대검이나 경찰청 등 각 기관으로부터 병역, 전과, 재산 문제 등을 수집해 마지막으로 검증팀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경로가 있고, 다른 기관에서도 (자료를) 받고 (민정수석실) 외근들도 나가서 확인하는데 유독 경찰 수사(라인)에서 보고하지 않았다느니 하며 자신들 잘못을 은폐하고 책임을 떠넘긴다"며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경무관은 "진상조사단에서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했다"며 "검찰에 특별수사단이 꾸려지고 협조 요청이 오면 가서 진술할 것"이라고 밝혔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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