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란·강아정 등 KB 선수들, kt의 PO 3차전 찾아와 응원
(부산=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9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 창원 LG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엔 특별한 응원단이 찾아왔다.
사흘 전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을 차지한 청주 KB 선수들이었다.
정미란, 강아정, 김민정, 박지은, 그리고 진경석 코치로 이뤄진 의리의 'KB 응원단'은 2013∼2016년 KB 감독을 맡았던 서동철 kt 감독에게 '우승 기운'을 잔뜩 실어 열띤 응원을 보냈고, kt는 '승리 요정'들의 힘으로 승리를 거뒀다.
서 감독 밑에서 주장을 지냈던 정미란은 29일 전화통화에서 "시즌 중엔 한 번도 서 감독님 경기장에 가지 못해서 선수들끼리 오랜만에 서 감독님도 뵙고 응원하러 가자고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정미란은 "진짜 열심히 응원했는데 경기가 너무 재밌어서 우리도 흥분했다"고 웃었다.
부산 방문을 먼저 제안한 강아정은 부산이 집이라 미리 내려와 있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 김민정은 강원도 춘천에서 기차를 두 번 갈아타고 왔다.
선수들은 돈을 모아 서 감독에게 우승 기운을 담은 넥타이도 선물해 경기 전에 전달했다. kt 선수들을 위한 샌드위치도 준비하고, kt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진 코치는 천안 호두과자를 잔뜩 사 왔다.
옛 제자들의 생각지 못한 방문에 서 감독도 크게 반가워했다.
앞서 1, 2차전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고 벤치에 앉았던 서 감독은 선물 받은 넥타이를 곧바로 뜯어서 매고 3차전을 지휘했다.
제자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20점 차 대승을 거둔 후엔 선수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옛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서 감독은 "선수들이 찾아와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우승 기운이 전해진 모양"이라며 웃었다.
서 감독은 KB를 세 시즌 동안 이끌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뒤 3년 계약을 마치고 스스로 물러났다.
정미란은 서 감독을 "젠틀하고 꼼꼼한 감독"이라고 돌아보며 "주장으로 모실 땐 조심스러웠다"며 "지금 한 발 떨어져서 보니 그때보다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KB에 있는 동안 담도암 수술을 받고 투병했다. 수술 후 수척해진 모습으로 선수들 앞에 선 서 감독을 보고 정미란 등 선수들은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후 2017년 자신도 유방암 수술을 받았던 정미란은 "아픈 동안 '감독님도 많이 힘드셨겠구나'하고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전날 서로 건강 안부도 물어봤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다른 팀에 있지만 스승과 제자들은 서로를 아낌없이 응원한다.
서 감독은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남자 팀보다 여자 팀을 맡을 때 단연 더 힘들었다. 그렇지만 여자 선수들이 잔정이 많아 정이 많이 들었다"며 "KB 선수들에게 얼마나 우승이 절실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우승했을 때 진심으로 기뻤다"고 말했다.
서 감독 아래서 '원조 양궁농구'를 구사했던 정미란은 "1, 2차전도 중계 보면서 응원했는데 너무 아쉬웠다"며 "어제 3점 슛이 18개나 터지면서 이겨서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어제처럼만 하면 4강에 갈 수 있으니 끝까지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응원을 보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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