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 전과 전력 등만 보고 성급히 판단…검찰 지휘로 재수사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경찰이 동종 전과 전력 등을 보고 무고한 사람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하마터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뻔했다.
29일 부산지검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채팅 앱으로 만난 10대에게 돈을 주고 유사 성행위를 시키고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그해 9월 대학생 A(24)씨를 피의자로 보고 강간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 몸에서 나온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결과 2014년 다른 강간 사건에서 확보된 A씨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더해 경찰은 2016년에도 강간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A씨를 피의자로 확신하고 체포 당일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A씨는 범행 당시 알리바이를 대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은 A씨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A씨가 피의자로 특정된 경위 등을 재수사할 것을 지휘했다.
재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감정서상 2014년 강간 사건에서 발견된 DNA는 총 2개였다.
A씨 DNA 외에 다른 남성 DNA도 함께 있었다.
더구나 성폭행 피해 여성 몸에서 발견된 DNA는 A씨 것이 아닌 다른 불상의 남성 DNA와 일치했다.
경찰이 DNA 일치 사실에만 급급해 감정 내용을 자세히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2014년 당시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A씨는 여성과 성관계 사실은 인정되지만, 강제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난 사실도 간과했다.
결국 경찰은 진범을 놔두고 DNA와 관련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경찰은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지난해 11월 새로운 피의자 B(36)씨를 붙잡았다.
이어 B씨에게서 채취한 DNA를 감정 의뢰한 결과 피해 여성 몸에서 나온 DNA는 물론 2014년 강간 사건에서 발견된 불상의 남성 DNA와도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B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B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최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B씨 DNA로 밝혀진 2014년 강간 사건도 재수사했지만, 당시 피해 여성이 진술을 거부해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또 경찰 실수로 억울한 피해자가 될 뻔한 A씨는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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