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정부-수색업체 계약에 '유해수습' 미포함" 분통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2년 전 남대서양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에 적극적인 유해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는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사고 발생 후 실종자 수색 경과를 설명했다.
또 지난달 이뤄진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과정에서 찍힌 미공개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무인 잠수정이 포착한 화면에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와 블랙박스 수거 장면, 그리고 잔해 속에서 발견한 실종자들의 신발 등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가족대책위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들의 유해를 찾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부가 심해 수색 업체와의 계약 문제 등을 내세워 이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허경주 가족대책위 대표는 "외교부와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을 맡은 오션인피니티(OI) 사가 계약을 체결할 당시 양쪽 모두 계약에 유해수습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해수색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사고 원인도, 유해 수습도 손에 쥔 게 없다"며 "뼛조각이 발견된 상황에서 수색을 해야 하지만 정부는 오늘까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족대책위는 정부가 OI와 계약을 맺을 당시 유해수습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침몰 사고 직후만 해도 가족들은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 유해수습을 요구하지는 않았고, 유해가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지난해 11월 OI 측이 제안설명회를 할 당시 이미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었고, 그런데도 외교부는 '가족들이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계약서에 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간담회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의 한 맺힌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일등 항해사 박성백씨의 어머니 윤미자 씨는 "서명운동을 하면서 지내온 세월이 65년 살아온 세월보다 더 길었다"며 "어서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다. 부탁한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허 대표도 "지금 가족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수습이 지연되는 사이 유해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는 ▲ 행방불명된 구명벌 2척의 위치 확인 ▲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 ▲ 유해수습 및 추가 유해 수색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31일부터 진상규명·유해 수습 등 요구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3차 서명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안전특별위원회의 최석봉 변호사는 연대 발언을 통해 "유가족들의 이런 요구는 전혀 무리한 요구사항이 아니다"며 "'장소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라거나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수색을 중단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는 정부가 할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마셜 제도 선적)는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지만,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이 실종됐다.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는 이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면담을 갖고 시민 7만927명의 서명과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문을 전달하기로 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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