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로 시작한 검찰 수사, 김학의 주변 전방위 확대 가능성

입력 2019-03-29 15:39   수정 2019-03-29 18:29

뇌물혐의로 시작한 검찰 수사, 김학의 주변 전방위 확대 가능성
멀게는 14년 전 금품거래 진술…공소시효·대가성 입증 난관
옛 靑민정-경찰 정면충돌에 정치권 가세해 수사 외적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검찰이 29일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면서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가 4년여 만에 다시 본격화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정황이 2013년 경찰에 포착되면서 이듬해 연말까지 두 차례 검찰·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세 번째 수사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일단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혐의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사위원회가 사건의 본류에 해당하는 성폭행 의혹은 물론 두 차례 무혐의 처분 당시 '봐주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추가로 권고할 가능성도 있어 전방위 수사가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도 "수사단이 필요로 한다면 증원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은 과거 수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한 사건에 대한 재수사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멀게는 14년 전 오갔다는 돈거래 진술을 토대로 공소시효의 벽을 넘고 뇌물죄가 성립할 만한 대가성을 규명하는 게 최대 과제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윤씨로부터 "2005∼2012년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뢰 액수가 3천만원을 넘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 1억원 이상이면 15년으로 늘어난다.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보더라도 여러 번의 금품수수를 하나의 범행으로 묶는 '포괄일죄' 법리를 적용해 2009년 이전 수뢰 행위까지 처벌 가능하다는 게 진상조사단의 계산이다. 그러나 이 경우 여러 번의 금품제공이 모두 같은 목적으로 이뤄졌음을 입증해야 한다.
김 전 차관이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만큼 검찰은 윤씨로부터 더욱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돈이 오갈 당시 직무 관련성 등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재구성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윤씨가 건넸다는 돈뿐만 아니라 계좌추적 등을 통해 단서가 잡히는 대로 김 전 차관 주변을 훑는 저인망식 수사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옛 청와대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혐의는 수사 외적으로 부담이 상당하다. 우선 수사대상인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박근혜 청와대 핵심참모이자 현직 야당 국회의원이어서 수사절차 하나하나를 놓고 시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지낸 곽 의원은 물론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역시 '특수통'으로 검찰에 20년 가까이 재직한 인물이어서 또다른 잡음을 낳을 수 있다.
2013년 경찰이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할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이 외압을 행사했고 경찰 수사지휘부를 이례적으로 좌천시킨 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진상조사단의 판단이다.



검찰은 우선 '별장 성접대 의혹' 내사와 김 전 차관 인사검증이 동시에 진행된 2013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찰 사이에 오간 지시·보고의 사실관계를 확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옛 청와대 민정라인이 보고 여부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데다 이후 경찰 인사가 정당했는지 따져볼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곽 전 수석 등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인사검증 단계에서 경찰이 '진행 중인 수사가 없다'며 거짓 보고를 했고, 이어진 경찰 인사는 허위보고에 대한 문책이었다며 조사 결과를 강하게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법무부 장관에 갓 취임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김 전 차관 임명 전 '성접대 동영상'의 존재를 알았는지를 놓고 연일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어 이번 수사의 정치적 폭발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기 옛 경찰 수뇌부를 일단 직권남용의 '피해자'로 상정하고 수사에 성과를 내야 하는 검찰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경찰 수사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결과를 낸다면 진상조사단의 권고 여부와 별개로 당시 사건 송치 이후 검찰의 무혐의 처분 역시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전망이다.
반대의 경우도 수사권 조정과 결부된 '뒷말'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동영상까지 찍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한 걸 보면 수사결과가 어떻든 공수처 논의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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